‘애드립(Adlib) 제56회 정기공연 ‘아버지’
‘애드립(Adlib) 제56회 정기공연 ‘아버지’
  • 최여선 기자
  • 승인 2007.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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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에게 소외당하지만 가족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고독한 길을 걸어가는 우리사회의 ‘아버지’
김정현의 동명소설 무대 올려

‘애드립(Adlib)’은 우리대학의 유일한 연극동아리다. 즉흥연극을 뜻하는 ‘Adlib’은 아마추어 연극동아리인 애드립이 지향하는 연기의 모습이어서 그 이름 붙였다고 한다. 애드립은 1987년 개교한 이래 56회의 정기공연을 할 정도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애드립 구성원은 학부생 30여명과 대학원생 20여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번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기획과 연출, 7~8명의 배우, 5~7명의 스텝들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몇 년 전만해도 회원이 모자라 공연이 쉽지 않았는데, 근래 많은 신입생들이 들어와 연극준비가 수월해졌다고 한다. 회원들은 역사가 길고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애드립이 올해 상반기 공연으로 ‘아버지’를 무대 위에 올렸다. 최근 몇 년간 ‘애드립’은 희극만을 공연해왔다. ‘아버지’와 같이 순수비극을 공연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관객들에게 연극을 보고난 뒤에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연극을 올리려고 대본을 찾던 중 ‘아버지’란 작품을 알게 되었고,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김정현 소설 ‘아버지’는 1996년 출간된 이후 6개월만에 1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소설 ‘아버지’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세련된 문학적 기교가 아닌 90년대 중후반의 우리사회 아버지의 모습을 철저하게 형상화한데 있다. 이 책이 출간된 이후 IMF라는 시대적 위기와 맞물려 ‘아버지 신드롬’이 일어날 정도로 우리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아버지’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졌으며, 그 인기가 우리나라에서 그치지 않고 일본어와 중국어로 번역되어 일본과 중국 독자들에게까지 감동을 주었다.

연극으로 각색한 ‘아버지’에서도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무관심과 형식적인 대우를 받는다. 아버지 ‘정수’가 누른 초인종 소리에 방에서 나와서 인사만 하고 들어가는 딸 ‘지원’의 모습과, “어서 씻고 들어가 주무세요”라고 말하는 아내 ‘영신’의 모습에서 우리는 아버지의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정수에게 뜻밖의 소식이 전해진다. 포장마차에서 술을 연신 들이키던 남 박사의 입에서 나온 정수의 병명은 췌장암이었다.

정수는 친구인 남 박사에게 췌장암 말기라는 말을 듣지만, 자신의 안위보다 남겨진 가족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수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병을 숨기고, 자신의 고통을 술과 나눈다. 가족들은 정수가 왜 술을 마시는지는 묻지 않고, 술에 젖어있는 정수의 모습에 등을 돌린다. 죽음까지 4개월 남짓 기간 동안 정수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영신이 빵집을 할 수 있는 제과점 자리를 알아본다. 죽음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4개월 간 정수는 인간다운 정이 있는 포장마차 주인과 술집여인을 만난다.

남 박사는 정수와의 약속을 어기고 영신에게 정수의 병명을 알려주고, 영신은 눈물을 흘린다. 이미 죽음을 준비한 정수는 삶에 미련을 갖지 않는다. 제발 살아달라는 영신의 울부짖음에 정수는 가족의 사랑을 느낀다. 정수는 남 박사의 도움을 받아 모든 걸 정리하고 한통의 편지와 아내에게 줄 진주목걸이를 남긴 채 눈을 감는다. 정수의 편지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적혀있고, 죽은 정수가 하얀 목도리를 하고 편지를 읽은 후 막이 내린다.

소설 ‘아버지’가 처음 나왔을 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유는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나오는 아버지(정수)는 우리들의 아버지의 모습이다. 또한 자신과 닮은 지원과 희원, 영신의 모습에 우리는 자신의 행동에 반성을 하며 눈물을 흘리게 된다. ‘아버지’를 보며 흘리는 눈물은 우리 아버지에 대한 죄의식일 것이다. 가족들의 짐을 모두 떠안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짐을 내려놓을 곳이 없는 우리들의 아버지. ‘아버지’를 통해 우리사회 아버지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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