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맺기] 인문사회교육 개편 이끄는 이진우(인문) 석좌교수
[일촌맺기] 인문사회교육 개편 이끄는 이진우(인문) 석좌교수
  • 정연수 기자
  • 승인 2011.01.01 0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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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사회를 이해해야 21세기 글로벌 리더”

2011학년도부터 ‘통합인문사회교육’ 실시
“지대한 영향을 미친 기술의 중심에는 인간이”

 우리대학 인문사회교육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포스텍 학부교육과정 개편과 맞물려 인문사회학부에서 제공하는 교육과정이 대폭 강화된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우리대학은 이진우 전 계명대 총장을 인문사회학부장으로 초빙했으며 최근에는 동국석좌교수로 임명했다. 우리대학에서 인문학 분야의 교수가 석좌교수로 추대된 것은 처음이다. 이진우 교수는 계명대에서 2008년 7월에 총장임기를 마치고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가 우리대학의 인문사회학부장으로 초빙되었다. 부임 후 포스텍 인문사회교육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이진우 교수를 포항공대신문사에서 만나보았다. <편집자주>

- 계명대에서 재직하시다가 지난 9월 포스텍에 인문사회학부장으로 부임하셨는데 계기가 무엇인가요?

 인문사회 관련 전공학과가 없어 지도할 전공학생도 없고 공동 작업을 할 만한 요건도 되지 않는 이곳에 제가 온 것은 인문사회교육을 강화하겠다는 포스텍의 강한 의지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총장님의 의지일 뿐만 아니라 이사회에서도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미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공계 최고의 대학인 포스텍이 전공위주 교육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강화된 인문사회교육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구성원들의 확고한 인식을 보았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 포스텍 학부 교육과정개편의 큰 틀에서 인문사회교육이 바뀌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되나요?

 2011학년도부터 포스텍 학부 교육과정개편과 맞물려서 인문사회학부 교육과정이 바뀌게 됩니다. 1, 2학년 학생들에게는 인문학의 기초분야를 폭넓고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통합교육과정을 제공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인문학의 세계와 비판적 사고’, ‘사회과학의 세계와 통찰력’, ‘예술의 세계와 창의성’, ‘과학기술의 새로운 지평’의 네 가지 필수통합교과목을 제공하게 됩니다. 예컨대 ‘인문학의 세계와 비판적 사고’ 과목에서는 문학ㆍ역사ㆍ철학 분야의 교수님이 동일한 주제에 대해 각각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강의를 함으로써 같은 주제를 문사철(文史哲)이 어떻게 사유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러고 나서 3, 4학년의 교육은 인문사회 분야의 심화과정입니다. 학생들이 1, 2학년 때 인문사회학 분야의 기본적인 내용을 섭렵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소양이 있다고 전제를 하고 심화된 내용을 가르칩니다. 학생들은 한 학기에 적어도 한 과목씩 희망하는 주제의 교과목을 자유롭게 총 12학점을 수강하게 되므로 한 분야에 집중해서 인문사회학의 심화된 자기 분야를 만들 수 있습니다.

- 개편되는 인문사회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입니까?

 포스텍 인문사회교육의 목적은 인문학적 사고 능력을 가르치는 데 있는 것이지 특정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능력, 도덕적 판단력, 소통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지식이 많다고 느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히 21세기는 과학과 기술의 시대입니다. 과학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합니다. 그런데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던 기술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었습니다. 포스텍 인문사회교육의 목적은 이공계 학생들이 인간과 사회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에 총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에 있습니다.

- 사회적으로 인문학이 위기라는데 또 일각에서는 인문학에서 희망을 찾는다고 합니다. 무슨 현상일까요?

 저는 인문학의 위기가 인문학 사유의 위기가 아니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인문학 사유에 대한 갈증은 어떤 사회든지 있어왔어요. 지금도 강연을 하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인문학적 사유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죠. 다른 나라에서는 인문학의 위기가 이야기되고 있지 않아요. 그렇다면 인문학의 위기는 거꾸로 한국사회를 조명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바로 경쟁이 고등교육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에요. 과학과 공학은 투자를 하면 투자한 만큼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오지만 인문학은 그렇지는 않죠. 그렇다보니 과학과 공학에 계속하여 집중하게 되는 겁니다. 인문학 교육에 투자가 적은 만큼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 한 학기 동안 포스텍 학생들에게 받았던 인상은 어떤가요?

 포스텍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종합대학도 아닌데다가 학생들끼리의 소통도 많아보이지 않았어요. 작은 효자동 내에서도 자신이 속한 연구실 사람들과만 이야기합니다.

 앞으로 자신이 사회에 진출하여 어떻게 살아가며 기여하고 소통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해야합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과학과 기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이런 고민을 엿보기가 힘든 것 같아요. 많은 학생들이 과학과 기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사회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포스텍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인문사회학적 소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학부생이 처음 들어와서는 그런 인식을 못할 수 있어요. 그런데 졸업생들은 인문사회교육을 강화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합니다. 너무나 전공교육에 매몰되어 있어서 인문사회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21세기에 과학기술의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그러나 전문지식만 가지고는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습니다. 사회는 연구실과 같지 않습니다. 연구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여서는 안 됩니다. 사회에 나가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세요. 그러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이런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