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 Stay Hungry, Stay Foolish
[노벨동산] Stay Hungry, Stay Foolish
  • 김무환 / 입학처장ㆍ기계과 교수
  • 승인 2011.01.01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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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ay Hungry, Stay Foolish”. 우리 포스테키안들에게도 친숙한 말이 아닐까? 이것은 지난 2005년 Stanford 대학의 졸업식에서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했던 말이었다. iPod, iPhone에 이어 iPad까지 전세계인들을 열광시키는 작품을 만들어 낸 Apple의 CEO 스티브 잡스. 성공한 IT 기업의 CEO이기 이전에 성공한 삶을 살고있는 그의 조언 “Stay Hungry, Stay Foolish”를 우리 포스테키안들과 이 지면을 통해 나누고자 한다.

 올해도 그렇듯이 매년 우리 포스텍에는 우수한 신입생들이 입학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일부 학생은 1학년 때 탁월한 학업성취를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2학년에 진학한 이후 1학년 때보다 성적이 떨어지기도 한다. 바로 고등학교 재학시절 미리 학습한 내용이 포함된 1학년 때 자만한 것이 그 원인이다.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듯이(《논어(論語)》 ‘세한연후송백지후조 (歲寒然後松柏之後凋)’), 전공공부를 심도 있게 진행하는 시기에 잘해야 진정 실력이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교 때의 선행학습에 자만하지 말고 대학 1~2학년 때 수학, 과학에 대한 기초를 깊고 탄탄하게 다져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자는 우리 포스텍 학생들이 천재(淺才)가 아닌 천재(天才)라고 생각한다. 얕은 재주가 아닌 하늘이 준 재능을 가진 포스테키안들은 “Stay Hungry”, 즉 학문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도전해주길 바란다.

 한편으로 우리 포스텍 재학생 중 일부는 본인의 학업역량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학생상담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고 출신 학생들 중에서, 특히 입시 전형에서 후보 합격한 학생들 중에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일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예를 들어 2011학년도 입시의 지원자 1,895명 중 입학사정관들이 서류상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히 학업능력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지원자가 1,500여명 정도가 되었다. 그 중에서 1단계 합격자를 900여명으로 압축시켰고, 다시 면접을 통해 수학, 과학에 대한 실력을 엄밀히 검증한 후 우리 대학 신입생이 될 자격을 부여받은 학생들이다. 그리고 과학고 출신과 일반고 출신의 학업 성취도도 지난 10년 동안의 통계를 살펴보면 일관되게 비슷한 학업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대학 1학년 때는 과학고 출신 학생들의 평점 평균이 3.5 내외이고 일반고 출신 학생들은 3.1 내외로 상당한 격차를 보이지만, 그 격차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좁혀져서 4학년 졸업 시점에서는 양쪽 모두 3.3 내외로 비슷한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보여준다. 이렇듯 포스텍 신입생 중에 학업역량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입학한 학생은 없다.

 자신감 있는 포스테키안을 위하여 일본 전국(戰國)시대에 활약한 오다 노부나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혼슈 전투에서 그의 부대는 적군과의 싸움에서 매번 패해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연일 열린 작전회의에서 장수들은 왜 자신들이 이기지 못하고 패하는지 그 패인을 분석하기 바빴다. 이를 보다 못한 노부나가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회의의 초점을 ‘왜 이기지 못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가’로 맞추겠다. 지금부터는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가’를 논하라.”

 자신의 성적이 낮게 나온 것에 대해 왜 그런지 핑계거리를 찾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스티브 잡스가 “Stay Foolish”라고 조언한 이유는 바보처럼 꿈꾸고, 바보처럼 상상하고, 바보처럼 모험하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포스테키안들은 할 수 없는 이유가 아닌,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지혜로운 학생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는 모든 포스테키안들이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포스텍에서 학생들은 서로 배우는 것도 많지만 서로간의 비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친구들이 자신보다 더 잘하는 것이 있으면 배우려고 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무조건 그들보다 잘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개인의 특성과 장단점을 무시한 획일적인 비교는 우리 모두가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하게 만든다. 타인의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는 자유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모든 포스테키안들이 남보다 잘하려 하지 말고 전보다 잘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입학사정관제는 한마디로 자기주도적 삶을 살아가는 인재, 대기만성형 인재를 찾고자 하는 입시제도이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란 큰 그릇이 만들어지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듯 위대한 인물 또한 늦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 말을 달리 풀이해보면 큰 인물이 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모든 포스테키안들이 신묘년(辛卯年) 새해에는 스스로 큰 인물이 될 수 있도록 학문에 더욱 정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