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통과 참여의 가치
[사설] 소통과 참여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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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0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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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한 해 우리 사회는 현안마다 진실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하고 대립을 거듭하는 가운데, 소통의 채널은 꽉 막혀버렸다. 이러한 정치경제사회상을 반영하여 지난 연말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노미’(藏頭露尾)-머리를 감추려하나 꼬리가 드러난다-를 선정하였다. 타조의 어리석은 행동처럼 사회 현안에 대해 서로 설득하고 의혹을 없애기보다 진실을 덮고 감추는 데 급급한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꼬집은 것이다.

 우리대학은 작년 더타임즈와 톰슨-로이터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세계대학평가에서 당당히 랭킹 28위에 올라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포스텍이 소수정예형 과학기술 분야의 신생 대학으로서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그동안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인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점을 제대로 인정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세계의 대학들은 오랜 전통에 안주하기보다 혁신과 변화를 통한 ‘질적 경쟁’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대학의 경우 우수 연구인력의 적극적인 초빙 및 지원과 재단의 전폭적인 투자를 동인으로 교원과 연구인력의 수월성이 확보되고, 이것이 바로 최고수준의 연구성과로 이어졌다. 또한 올해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독일 막스플랑크 재단과 공동연구센터를 유치하여 설립했고,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업그레이드와 4세대 가속기 구축이 진행되는 등 우리대학의 세계적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대학이 갑자기 세계무대의 신데렐라로 떠올랐지만, 이제 주위의 드높아진 기대와 세계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은 내부의 문제점을 깊이 성찰하고 함께 극복해나가야 한다. 최근 대학의 리더십 위기, 구성원의 방관과 주인의식 실종, 대학의 노쇠화 속 세대간 인식차의 확대, 총장추천위원회 구성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문제 제기 등 대학 현안에 대한 소통의 단절로 내부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미래를 위한 변화와 개혁의 큰 장애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대학이 진정한 세계적 수준의 대학 반열에 들어가려면, 훌쩍 커버린 위상에 걸맞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의식개혁을 앞세워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선진화된 대학의 모습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작년 말 세계를 강타한 위키리크스의 내부고발과 비밀공개, 그리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각종 뉴 미디어의 폭발적인 발전으로 이제 투명하고 공정한 새로운 사회의 도래가 예고되고 있다. 이 새로운 ‘소셜 시대’는 기본적으로 개방, 공유, 참여라는 소통의 철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각 개인이 주도하는 이슈 프레이밍과 끊임없는 자발적인 상호소통을 통해 개방적이고 건강한 소통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 소셜 커뮤니티는 ‘신속성ㆍ다수성ㆍ다양성ㆍ경제성ㆍ신뢰성’ 이라는 소셜 미디어의 특성에 뿌리를 두고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소셜 시대에서 이제 신뢰와 권위는 위로부터 주어지거나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과의 상호 소통과 상호 작용의 네트워크를 통해 공인되는 것이다.

 우리대학이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려면,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글로벌 흐름을 읽고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야 한다. 대학의 비전은 개방, 공유되어야 하고, 대학 내의 리더십 그룹은 구성원과의 소통과 참여를 통해 대표성과 신뢰성을 담보로 하여야 한다. 대학 내 현안이 생길 때, 숨기고 덮기 보다는 대학 구성원이 서로 마음을 열고 정보ㆍ가치ㆍ철학을 함께 공유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그 해결 방향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구성원들 간에 스스로에 대한 자각과 성찰을 바탕으로 비전과 목표의 공유와 참여가 이루어지며, 주인의식이 구성원들 마음 속 깊이 뿌리내리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무관심, 무기력, 가식의 두꺼운 껍질을 깨고 이제 진실의 공유와 참여의 가치가 중시되고 구현되는 새로운 대학 문화를 만들자. ‘장두노미‘의 고사성어는 속으로 감추는 것이 많아서 행여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해보아도 진실은 결국 드러난다고 이야기한다. 대학의 미래를 위한 산고는 바닥에서의 소통과 참여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대학 발전의 동력이자 희망인 구성원 각자가 시대적 변화와 핵심가치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대학의 주인으로서 현안에 대해 지혜를 모으고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어 함께 변화를 주도해나가자. 올해 ‘신묘년’ 은 작지만 영리한 동물인 토끼띠의 해이다. 새해를 맞아 포스텍의 신화를 계속 이어가려면 우리는 어떤 지혜로운 선택을 해나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