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분야 책을 읽자] 4.박진희·한순구저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
[인문사회분야 책을 읽자] 4.박진희·한순구저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
  • 한광석 / 인문사회학부 교수
  • 승인 2007.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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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론을 현실 속에서 설명한 ‘삶의 전략서’

‘A Beautiful Mind’라는 책과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John Nash는 정신분열증을 극복한 수학자다. 수학자였던 Nash가 수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필즈상이 아닌,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것은 경제학 방법론에 끼친 그의 지대한 영향 때문이다. 22살의 Nash가 발표했던 논문 ‘Equilibrium Points in n-Person Games’가 게임이론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인정되어, 논문발표 후 44년이 흐른 뒤인 1994년 노벨경제학상의 영예가 그에게 돌아간 것이다.

수학 분야였던 게임이론이 경제학의 방법론이 된 결정적 계기는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며 경제학자이기도 했던 John von Neumann이 경제학자 Oskar Morgenstern와 함께 출간한 Theory of Games and Economic Behavior(1944) 와, Nash가 1950년에 발표한 위의 논문이었다. 그 이후 경제학자들은 게임이론을 적용해 경제현상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경제학에서 게임이론 자체가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지금은 경제학의, 특히 미시경제학의 필요불가결한 분석도구가 되었다.

게임이론은 어떤 경제주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을 고려해서 행동을 취하는 상황, 즉 게임상황에서 경제주체의 선택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예측하는 분석도구다. 주어진 게임상황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이해하고 분석하게 하는 틀을 제공하고, 이 분석틀에 의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게임이론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인간을 가정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다루는 범위는 비협력적인 게임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협력적 게임까지도 게임이론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리고 인간이 늘 다른 사람을 고려하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사회적 존재인 한에서, 우리의 일상적 삶 자체가 게임상황이며, 그래서 게임이론의 적용대상이 된다. 이렇듯 게임이론의 적용가능성 및 응용가능성은 한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게임이론은 냉전당시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에도 사용되었고, 경제학에서는 기업간의 경쟁전략에서부터 계약 일반에 이르기까지 그 적용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정치학·심리학·진화생물학이나 윤리학 등의 영역에서도 이용되고 있다.

누구나 다 잘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잘 살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최선을 다해서!”라고 말하는 것은 내용 없는 답변이다. ‘어떤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를 말해주어야 한다. 그것을 게임이론은 내 주위의 사람들을 포함한 환경의 반응을 고려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잘 살기 위한 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하지만 필요조건일 수는 있다.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은 이런 게임이론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리고 단순히 게임이론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이라는 게임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들을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일종의 삶의 전략서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삶의 전략이 교활한 술수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는 합리적이고 현명한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납득시킨다.

게임상황은 우리 삶의 모든 면에서 관찰될 수 있지만, 게임이론은 정치한 논리에 의해 전개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게임이론을 현실 속에서 설명하려는 책들이 상당수 출간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생을 바꾸는 게임의 법칙>이 그런 첫 시도이고, 이것 자체만으로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게임의 원리와 주요 결과를 함의하는 재미있는 어구들을 작은 절들의 제목으로 삼고, 역사적 사건부터 연인관계에 이르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예들을 통해서 그 내용을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4부의 첫 번째 절인 <학점은 죽어도 못 올려줘?>에서는 대학에서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분석모델로 예시된다. 한 학생이 F학점을 A학점으로 올려주지 않으면 자살을 하겠다고 교수에게 위협을 하지만, 교수는 이 상황을 게임의 한 형태로 파악하고, 학생의 자살 위협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고 논리적으로 추론하여 F학점을 고수한다.

대중의 흥미유발과 이해를 돕겠다는 의도 때문에 거친 단어들이 사용되기도 하고, 또한 책 제목으로서 ‘인생을 바꾸는’이라는 수식어가 약간 선동적인 감이 없지 않지만, 게임이론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나, 자기가 처한 ‘삶의 게임상황’을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식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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