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대학평가와 대학정책
[독자논단] 대학평가와 대학정책
  • 서의호 /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국제화위원장
  • 승인 2010.12.08 22: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년 9월 포스텍은 영국 더타임즈의 대학평가에서 세계 28위라는 한국 대학 역사상 가장 높은 세계랭킹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평가는 타임즈사가 톰슨 로이터즈와 손을 잡고, 연구업적 등의 객관적인 데이터에 비중을 두는 새로운 랭킹시스템을 도입하여 실시한 것이기에 큰 의미를 갖는다. 자타가 인정하는 명문대인 CalTech, MIT도 새로운 랭킹시스템을 극찬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국내 한 언론사가 국내대학 순위를 발표한 이후 최근 몇 년간 여러 국내외 언론기관과 민간기관들이 앞다투어 대학의 세계랭킹이나 국내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대학평가는 대학이나 대학원을 선택하려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들, 졸업생을 채용하려는 기업이나 연구소 들에게 여러 가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교육의 최선봉에 있는 미국도 여러 언론기관이 매년 전공영역별로 순위를 발표하여 대학들에게 선의의 경쟁을 촉구하고, 학생이나 기업 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평가를 두고 여러 가지 비판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학평가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관련대학이나 학생들이 그 결과에 일희일비하고 있기도 하다. 평가기준에 따라 랭킹이 달라지기 때문에 때론 혼란을 주기도 한다. 대학평가를 위해 필요하지 않은 정책을 지향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논란도 일고 있다. 우리대학의 신문에서도 그러한 논조를 읽을 수 있었다. 영어강의 등 국제화 지표에서 이러한 논란이 더욱 가중된다.

 대학평가의 기준들은 교육 관련자들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이루어진다. 기준들에 대한 비중이 달라지는 문제는 있어도 대체적으로 기준 자체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준값을 올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실상 외부를 통해 대학 자체의 목표치를 확실히 정해주는 의미가 있다. 기준값을 올리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기준이 잘못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영어강의를 보자. 랭킹을 올리기 위해 영어강의를 늘릴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주요 쟁점이다. 그러나 영어강의 확대가 랭킹을 올리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세계 28위까지 오른 포스텍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어의 보편적 사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일본, 프랑스, 독일 등 비영어권의 세계적인 국가들 또한 공감하는 점이다. 영어강의는 외국인 학생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영어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기술개발, 연구, 경제, 무역, 교육 등에서 크게 활약할 포스텍 학생들의 영어실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여하지 못한다면 영어강의 방법론과 질의 문제이지 영어강의 자체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영어강의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영어강의를 착실히 준비하고 학생들의 토론 참여를 늘리는 강의에 대한 반응은 매우 좋다.

 대학평가를 통해 현재 대학의 모습을 돌아보고 반성하여 약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모든 평가가 그러하듯이 아프긴 하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과제, 즉, 우수학생 유치, 양질의 교육 제공, 혁신적 연구역량, 우수한 연구논문 발표, 국제화를 통한 사회공헌 등등의 과제는 끊임없는 평가 속에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그동안 포스텍은 연구 역량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교수들의 성과에 대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마련해왔다. 마찬가지로, 뒤쳐졌던 국제화를 보완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보완하고 있다. 지표값을 올리기 위해 대학이 후퇴하는 정책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표값을 올리기 위해 애쓰면 대학이 발전하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사실상 대학도 발전하고 랭킹도 올라가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는 것이다. 대학평가를 통해 지표값을 올리는 노력은 정성적인 대학의 각종 분야를 정량적으로 바꾸어 목표치를 정한다는 점에서 더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발전전략이 되기도 한다.

 물론 평가기준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평가기관들은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준을 연구하고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우리도 이러한 개선 프로세스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학평가와 이를 위한 대학정책의 변화는 실제로 대학발전에 크게 기여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대학평가와 대학정책의 상관관계를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