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대학에서 한국 최초의 노벨과학상을 수상하려면
[사설] 우리대학에서 한국 최초의 노벨과학상을 수상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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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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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재미있게 연구를 즐기면 된다. 세계와 소통하는 열린 연구를 하는 것이 노벨상을 타는 것에 유리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절대 정치인들이 (과학자들에게)노벨상을 받아오라고 지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젊은 과학자들은 어떤 분야가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독창적인 연구, 아무도 하지 않은 연구를 위해서 할일은 무엇인지 미리 생각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실행에 옮기면 된다.” “노벨상 받으려면 토론하라.” “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낼 창조적 인재를 길러내야.”

 노벨상 수상자와 노벨상 선정위원 들이 주는 노벨상을 받기 위한 조언들이다. 이들로부터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즐겁게 연구하라. 독창적인 연구를 하라. 토론을 통해 연구하라. 창의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라. 비록 작은 수의 샘플이지만 우리 모두가 너무도 잘 아는 조건들이다. 거의 상식이나 다름없다.

 우리대학에서 한국 최초의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올지는 위의 조건들이 성립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우수한 두뇌를 가진 교수진, 연구원, 학생 들로 포진했지만 우리대학은, 사람마다 약간의 견해 차이는 있겠지만, 연구 분위기나 교육 시스템에서 위의 조건을 만족시키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이의 개선방향을 항목별로 살펴본다.

 즐겁게 연구하라. 구성원 모두가 연구활동에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가장 다니고 싶은 기업으로 선정된 SAS라는 기업의 임직원은, 사적인 영역에서 고민해야 할 일들이 직장 내에서 모두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침이면 빨리 사무실로 출근하고 싶다고 한다. 동료 연구원과의 끊임없는 경쟁과 업적비교에서 오는 스트레스, 출장 횟수를 따지는 비효과적인 관리감독, 일률적인 잣대를 이용한 업적 평가 등은 캠퍼스를 즐겁게 만들지 못하는 해악일 수 있다.

 독창적인 연구를 하라. 다른 것을 모방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생각해서 발견하고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독창적인 연구의 특징은, “언문풍월에 염이 있으랴”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성과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논문 수를 잣대로 하는 연구업적의 평가는 독창적인 연구를 저해할 가능성이 많다. 같은 분야의 외국 전문가에게 연구결과의 우수성을 검증해 달라는 것 또한 독창적인 연구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다.

 토론을 통해 연구하라. 1973년 ‘초전도체에서의 터널효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이바르 이에버 박사는 수백 명의 박사 앞에서 발표한 후 많은 질문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이론을 증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교수와 학생, 연구원 사이에 자유롭게 토론하는 연구 환경을 조속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완전히 다른 전공영역에서 아이디어를 받아 이루어지는 개방형 기술혁신(Open Innovation)은 이질적인 연구자들 사이의 정보 교류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Science Cafe의 활성화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창의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한국의 대학교육에서도 중등교육 못지않게 주입식, 줄 세우기식 풍토가 만연하고 있다. 교육체계보다 교육내용과 교육방식을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MIT나 Harvard 대학교는 단순 지식을 전달하는 목적으로 설계된 많은 교과목을 인터넷으로 공개하고 있다. 창의적인 토론교육은 캠퍼스에서 오프라인으로 한다는 의미다. 우리대학도 이 방식을 시도해볼 만하다. 학생들이 독학할 수 있는 교과목은 과감하게 e-Learning으로 전환하여 캠퍼스에서는 정답이 없는 문제나 주제를 중심으로 창의적인 토론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라. 우리대학이 스스로 글로벌 과학기술 리더십을 가지기 전에는 강력한 글로벌 연구네트워크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교수, 연구원, 학생 모두는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대로 해외 협력 파트너들과의 교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우리는 지방에 위치한 대학이기 때문에 더 그렇게 해야 한다. 혹시 국제협력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가로막는 제도는 없는지 검토하여 정리해야 할 것이다.

 개교 20년이 훌쩍 지난 우리대학이 시골에 박혀 있는 그저 그런 대학이 아니라 한국,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노벨상의 요람이 되려면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순위 올리기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잃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서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우리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즐겁게 연구할 수 있는 캠퍼스, 독창적인 연구를 수행하게 하는 제도, 조직의 수평화와 다양성을 인정하여 토론을 통한 연구 능력을 제고하는 정책, 창의적인 교육을 유도하는 교육 콘텐츠, 글로벌 연구협력의 적극적인 지원체계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