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일반물리실험2 과목 디자인앤빌드 랩으로 개편
[기획취재] 일반물리실험2 과목 디자인앤빌드 랩으로 개편
  • 김정택 기자
  • 승인 2010.11.0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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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직접 설계하는 실험, DBL

‘전자기타’ㆍ'전자기 대포’ 설계ㆍ제작하는 실험으로 개편
 교수ㆍ조교ㆍ수강생의 활발한 참여로 아이디어 교류 필요

 지난 10월 4일부터 일반물리실험2가 디자인앤빌드 랩(Design&Build Lab, 이하 DBL)이라는 이름으로 개편되었다. 중간고사 이후인 11월 1일부터 일반물리실험2 수강생들은 팀을 이루어 일반물리2에서 배운 지식과 실험실에 있는 실험기구를 이용해서 ‘전자 기타’와 ‘전자기 대포’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실험을 시작한다.
DBL은 기존의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교과서 중심의 틀에 박힌 실험에서 벗어나 개인의 실험 기획 능력, 설계 능력,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 단순히 공식을 확인하는 실험에서 벗어나, 실험 진행 및 완성 과정에서 물리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춰서 실험 과목이 개편된다.

 기존의 실험 과목들은 실험을 수행하면 정답이 나오는 실험이기 때문에 정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정답이 나오더라도 실험 결과는 기존의 이론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그로 인해 많은 학우들이 실험 과목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정답을 내기 위해서만 노력하였다. 하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실험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수업 진행방식이 바뀔 것이라 예상된다. 또한, 학우들의 실험 과목에 대한 불만 역시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DBL은 세 명이 한 팀을 이뤄서 실험을 진행하게 되며 분반별로 주제를 나누어 실험한다. 절반은 ‘전자 기타’를 제작하며, 나머지 분반들은 ‘전자기 대포’를 제작한다. 중간고사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실험을 진행하며, 기말고사 전에 실험이 종료된다. 실험 평가는 실험 계획서와 매주 작성하는 주별 보고서, 최종 결과 보고서, 포스터 자료, 산출물로 평가된다. 그리고 결과물과 더불어, 실험 과정 전체와 실험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를 기록하는 연구노트도 평가 대상이 된다.

 현재는 두 가지 주제 중 하나를 골라서 실험을 진행하지만, 내년부터는 올해의 결과를 바탕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시행착오를 줄여, 주제 수를 늘리고 체계적으로 커리큘럼을 수정할 것이라고 한다.

 유창모(물리) 교수는 DBL의 취지에 대해 “기존의 실험은 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부족하고 지적 호기심 자극이 부족하므로 학생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실험 과정을 개편하게 되었다. 처음 시도되는 커리큘럼이기 때문에 천천히 지켜보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유 교수는 “실험실 환경이 열악한 데 앞으로 재정 지원이나 공간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적은 수의 학생들을 데리고 더 많은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실험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실험환경 개선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유 교수는 시간을 가지고 DBL을 운영해 간다면 앞으로 학생들이 훌륭한 연구자가 되고 글로벌 리더가 되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개편에 대해서 최태근 학우(단일 10)는 “학생들이 직접 실험을 설계하는 만큼 앞으로 겪을 독립 연구에서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실험을 직접 설계하고 수행하는 과정은 학생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에 반해 반대 의견을 가진 학우들도 많이 있었다. 박준홍 학우(단일 10)는 “이번 개편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만드는 방법이 인터넷에 나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실험 설계 과정이 무의미하다. 시행착오를 거치라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제대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실험을 할 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서현선 학우(신소재 10)는 “주어진 실험 주제가 적으며, 너무 급박하게 개편되어서 혼란스럽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기 초부터 개략적인 공고가 있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시작하며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학우들에게 공지가 부족했다. 하지만 학우들이 실험에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실험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해준다면 포스텍을 대표할 수 있는 수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실험 과목에 대한 활발한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학과의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수·조교·수강생간의 활발한 참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