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릴레이] 서양음악 사상 가장 빛났던 시기
[문화릴레이] 서양음악 사상 가장 빛났던 시기
  • 최민우 / 생명 05
  • 승인 2006.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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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유럽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 음악의 발달이 비교적 뒤늦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Tchaikovsky나 러시아의 국민악파 5인조 음악가, Stravinsky와 같은 음악가들이 러시아 음악을 세계적인 음악으로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특히 러시아의 피아노 음악은 20세기에 들어서 서양음악 사상 가장 빛나는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다. 러시아의 피아니즘이 발달하였던 것은 수많은 음악가들이 훌륭한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지만, 여기에서는 그 중에서 20세기 초반 러시아 피아노 음악의 발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3명의 동시대 음악가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피아니즘을 소개하고자 한다.
Sergei Rachmaninoff(1873~1943)와 Alexander Scriabin(1872~1915)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이에 러시아의 피아노 음악을 이끌어 나갔던 양대 산맥이었다. 두 사람 모두 활동초기에는 본질적으로 19세기 서양 유럽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작업하였다. 하지만 Rachmaninoff는 동시대의 다른 현대음악가와는 달리 서정적인 주제와 전통적인 조성 체계에서 풍요로운 화성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여 후기 낭만파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그의 음악에서는 유난히 Chopin과 Tchaikovsky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많이 나타나는데, 특히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에서 그의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특성이 극도로 잘 드러난다. 감미로우면서도 중후한 센티멘털리즘과 함께 피아노의 특색을 최대한 살린 Rachmaninoff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듣는 사람의 마음을 휘감는 듯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achmaninoff와는 대조적으로 Scriabin은 활동 후기로 갈수록 독자적인 방향인 근대주의로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처음 Scriabin의 음악을 접하였을 때는 어울릴 듯 말 듯한 기묘한 불협화음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5:6 비율의 박자가 한데 어우러져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Scriabin은 작품활동 후기로 갈수록 종교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고, 현대적인 화성과 리듬을 사용하여 작품 전반적으로 신비주의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 그의 피아노 음악은 아직까지도 이해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의 작품 세계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가 평생에 걸쳐 작곡했던 수많은 Prelude와 Etude를 권해 주고 싶다.
Sergei Prokofiev(1891~1953)의 음악이 지니고 있는 난해성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그의 대표작인 Piano Sonata No.7은 그의 피아노 음악의 특성을 가장 명료하게 드러낸다. 위의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마치 망치로 피아노를 두들기는 듯 강렬하면서도 기괴한 소리를 듣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Prokofiev의 피아노 음악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불협화음을 색채감 있게 사용하고, 피아노를 타악기 적으로 처리하며, 기계적 리듬을 신들리듯 반복하는 것이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을, 불쾌감을, 괴이함을,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서로 다른 음악가들이 각자 고유의 피아니즘을 선보이며 서양음악 역사상 가장 훌륭한 업적을 남겼고, 그들의 계승자들이 계속 러시아의 피아니즘을 이어가며 러시아를 피아노 음악의 왕국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러시아의 피아노 음악의 대부분은 최근에 발달한 것이기 때문에 이해가 쉽게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음악에 한층 가까이 다가서 보고, 음악과 감정을 공유해 나가면서 음악을 이해하는 폭을 조금씩 넓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