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특허와 특허분석
[학술] 특허와 특허분석
  • 김홍빈 / 산업경영공학과 박사과정
  • 승인 2010.09.22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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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기술 트렌드나 미래의 유망 기술을 한눈에

디지털TV가 한 대 팔릴 때마다 무슨 일이?
기술개발의 ‘올바른 방향’제시

 전세계에서 TV가 한 대 팔릴 때 마다 3~4달러의 돈이 LG전자로 지불된다는 사실을 아는가?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식 방송 규격의) 디지털TV가 한 대 팔릴 때마다 이 원천기술의 특허를 보유한 제니스라는 기업으로 로열티가 지불되는 것인데, 이 제니스라는 기업은 LG전자가 1995년도에 인수한 기업이다. LG는 지금까지 이 특허로 1억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렸고, 앞으로도 디지털TV의 판매 추세를 감안했을 때, 연간 1000억원의 수입을 지속적으로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의 예제는 성공적인 특허 경영으로 회자되는 한 사례이다. 과거 특허가 기업에게 있어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인 권리 획득’이라는 단편적이고 수동적인 주제였다면, 지금은 미래기술 선점이라는 공격적인 수단으로써 중요한 의미를 갖기도 하고, 위의 사례처럼 기업 간 거래를 통해 핵심특허를 획득하여 기업의 경영전략이나 기술전략의 요체로써 사용되기도 한다. 그럼 과연 어떻게 핵심 특허를 예측하여 선점할 수 있을까? 기업은 어떤 특허기술을 개발하거나 획득해야 하는가?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이 의사결정의 답은 특허분석에 있다.

<사진 1>

 먼저 특허는 풍부한 기술적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정형화된 문서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업 간 특허 분쟁이나 특허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특허 출원율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이용 가능한 특허자료가 방대해지고 있다. 또한 점차 미래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써 특허가 사용되면서, 특허를 통해 더욱 최신의 기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특허를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기술 트렌드나 미래의 유망 기술을 예측하기도 하고, 공백기술을 발견하여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으며, 기존의 핵심특허에 대한 회피기술을 개발하여 특허 분쟁이나 특허 로열티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다. 즉, 특허 분석을 통해 기술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데, 이는 기술개발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측면에서, 기업뿐만 아니라 연구소, 대학 등 기술을 다루는 모든 조직에 필요할 것이다. <사진 1>

 앞서 언급하였듯이 특허는 풍부한 기술적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정형화된 문서라는 점에서 가치 있는 자료로 평가 받는다. 여기서 특허의 정보는 크게 구조화된 항목과 비구조화된 항목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서지정보라고 하여 특허의 명칭, 출원인, 출원인 국적, 출원일, 등록일, 국제특허분류(IPC) 등과 같이 말 그대로 구조화된 정보를 말한다. 반면 후자는 청구항, 요약, 명세서 등 비록 일정한 형식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사람이 자유로운 문장으로 작성한 정보를 의미한다. 특허 분석도 특허의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여 분석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구조화된 항목을 이용하는 정량분석과 비구조화된 항목을 이용하는 정성분석으로 분류한다.

 먼저 특허의 정량분석은 주로 특허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된다. 여기서는 출원인, 지정국, IPC분류, 출원일 등의 데이터를 주로 통계적인 기법으로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한다. 국가 간 특허 보유 현황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른 특허 출원 추이, 주요 출원인 분석 등이 정량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분석 결과이다. 이러한 정량분석은 분석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전반적인 특허의 동향과 추세를 한 눈에 파악하기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를 통해 심도 있는 통찰을 발견해 내기는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분석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석 기법이나 분석 지표들이 개발되어 있다. <사진 2>
반면 정성분석은 청구항이나 특허명세서의 내용에 대해 분석하는 것으로 정량분석에 비해 분석이 어렵지만, 가치 있고 유용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분석이다. 정성분석은 실제 특허의 내용을 이해하는 작업이 바탕이 되므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사람이 직접 특허의 내용을 읽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특허 건수가 수십 건 이상만 되더라도 시간 및 인력 등의 소모가 심하기 때문에 이를 정보기술이나 통계적 기법을 이용하여 해결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수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텍스트마이닝과 사회망분석(Social Network Analysis) 등의 기술들이 접목되어 특허를 네트워크로 표현하려는 연구가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에서 지금까지는 단어를 기본 단위로 하는 분석이 주를 이루었으나, 특허의 내용이 단순히 개별 단어들을 통해 파악될 수는 없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른바 시맨틱스(Semantics)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고자 최근 온톨로지,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등의 기술을 접목하면서, 특허의 의미를 정확하게 분석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3>

 이렇듯 본격적인 특허 분석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의 학습과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과 관련된 분야의 특허 분석을 통해, 이미 개발된 기술에 대한 중복 연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며, 또는 분석보고서를 참고하여 향후 자신의 연구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정보를 제공하자면, 먼저 특허 검색은 기본적으로 특허청의 특허정보검색서비스(www.kipris.or.kr)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학교와 라이센스 계약이 되어 있는 특허정보서비스 전문업체 WIPS(www.wips.co.kr)를 더욱 추천한다. WIPS는 한국, 미국, 일본, 유럽, 국제출원특허(PCT) 등 주요 특허국의 특허DB를 모두 제공하고, KIPRIS에 비해 편리하고 세밀한 특허 검색이 가능하며, 간단한 특허 분석 툴까지 제공하고 있다. 현재 대학 내에서 접속한다면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IP 주소 인증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한 가지 팁을 더 알려주자면, 일반적인 학내 접속으로는 이용 불가능한 패밀리지수, 피인용특허(Forward Reference) 등의 고급 정보가 RIST 도서관에서는 가능하므로 필요하다면 방문해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이렇게 특허를 직접 검색한다면 검색된 특허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허 분석을 수행해야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가장 구체적이고 정확한 특허 분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허 분석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로는 “기술로드맵 작성을 위한 특허분석방법론”, “과학기술자를 위한 특허정보핸드북”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앞의 두 자료는 구글 등에서 검색을 통해 구할 수 있다.

 반면 직접 특허를 검색하고 분석하지 않더라도, 이미 분석된 특허 분석 보고서를 참고할 수 있다. 한국특허정보원에서 제공하는 e특허나라(www.patentmap.or.kr)에서는 2004년부터 산업 전반에 걸친 다양한 분야의 특허분석보고서를 매년 제공해주고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러한 특허 보고서를 통해 관련분야의 핵심 기술에 대해 파악할 수 있고, 중복 연구의 위험을 회피할 수 있으며, 공백기술이나 회피기술 등의 분석 결과에 초점을 둔다면 새로운 연구주제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특허에 좀 더 관심이 많은 포스테키안이라면 매년 열리는 캠퍼스 특허전략 유니버시아드(www.patent-universiade.or.kr)에 참가해 보는 것도 매우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본 대회는 첫 해에 대상인 지식경제부장관상을 비롯해 지금까지 여러 상을 포스텍에서 수상하였는데, 특허 및 특허분석에 대해 학습하고 실습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매 학기 개설되는 기술경영대학원의 “특허와 정보분석”과목을 함께 수강하면서 진행한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본 수업은 특허청 심사관과 변리사가 직접 강의를 하므로 원론적인 내용에서부터 실무적인 조언까지 함께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