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남을 배려하는 포스테키안이 되자
[지곡골목소리] 남을 배려하는 포스테키안이 되자
  • 김동영 / 전컴 10
  • 승인 2010.09.22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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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을 마치고 RC로 돌아왔을 때 한 가지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남녀 층으로 나뉘어 운행되던 엘리베이터가 각각 홀수 층과 짝수 층으로 나뉘어 운행되는 것이었다. 9월 17일까지 바뀐 방식으로 운행 한 뒤 앞으로의 엘리베이터 운행방침을 결정한다고 한다.

 1학기 때 RC에 살면서 가장 불편한 것은 엘리베이터였다. 남학우가 80%에 달하는 우리대학에서 하나의 엘리베이터로 남성층 전체를 운행하고 다른 한쪽을 여성층 운행에 사용하는 것은 비경제적이라고 생각했다. RC에 살면서 항상 여성층 엘리베이터는 한산하고 남성층 엘리베이터만 붐비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남성층 엘리베이터는 매달 홀수 층과 짝수 층으로 번갈아 운행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그것조차 잘 지켜지지 않았다.

 바뀐 방식으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자 과거에 비해 확실히 편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진작 이런 식으로 운행했다면 편한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느 날 벌어진 사소한 사건이 나에게 매우 큰 충격을 주었다. 평소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는데 여학생 한 명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수업시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었는데 내려가는 족족 엘리베이터가 서면서 남학생들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충분히 많은 학생들이 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밀고 들어왔고 그 여학생은 혼자 남학생들 사이에 끼어서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순간 지금까지 너무 나만의 편의를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RC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여학우들은 바뀐 엘리베이터 운행방침에 반대하지 않을까?

 얼마 전 한 친구가 농구를 하고 땀에 흠뻑 젖은 채 지친 몸을 이끌고 13층 까지 걸어온 것을 보았다. 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냐고 묻자 자신이 땀에 젖은 채로 엘리베이터를 타면 안 좋은 냄새가 남아 다른 학우들이 싫어하지 않겠냐고 나에게 반문했다. 난 내가 상상치 못했던 그의 가치관에 큰 감동을 받았다.

 남학우들은 여학우들이 있을 때 엘리베이터에 심하게 끼어 타지 않도록 노력하는 등 여학우들의 편의를 위해 배려하고 여학우들은 지금까지 하나의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며 누렸던 편의를 남학우들을 위해 조금만 양보했으면 한다. 서로 한 발씩만 양보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사소한 사고의 변화가 우리들을 세계적인 학문적 소양 뿐 아니라 인격적 소양까지 갖춘 포스테키안으로 서서히 변화시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