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적 수준의 대학의 길
[사설]세계적 수준의 대학의 길
  • .
  • 승인 1970.01.0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적으로 대학은 학문의 자유를 기본이념으로 창조적·비판적 지성인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자유로운 지식탐구를 추구해왔지만,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지식 창조와 활용의 허브”로서 대학의 변화된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글로벌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의 존립은 국제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의 국제경쟁력은 창출되는 정보·지식의 질과 양에 의해 결정되며, 그 주체가 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 풀에 의해 좌우된다. 또한 새로운 지식 창출과 기술 혁신 능력이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대학의 국가적 사회적 책임과 공헌이 요구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은 뛰어난 업적의 긴 역사로 국제적 명성이 높은 연구실적과 교육을 자랑한다. 특히 특성화된 분야에 세계적 리더들과 유명한 연구자들이 포진하고, 세계적 학과와 연구소가 있다. 또한 역량을 가진 다양한 학생들을 유치하고, 우수인력의 배출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최고의 교직원들을 유치, 유지하고, 글로벌 인프라를 바탕으로 자율적인 시스템을 운영하며, 큰 기부금과 다양한 소스의 수입 등 매우 건전한 재정기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전략적 비전과 실행계획을 가지고 있는 최고의 경영진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되기 위한 우리나라 대학들의 도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특히 포스텍, 카이스트, 서울대학교 등은 과감한 글로벌화와 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추진하며 피말리는 국내외 순위경쟁을 하고 있다. 정부는 BK21, WCU 등 각종 프로젝트의 추진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단기간에 제고하려는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들 대학이 짧은 시간에 세계 Top 20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한 과정은 험난한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세계은행의 고등교육관 자밀 살미에 의하면 “우수 인재의 집중, 풍부한 자원, 적절한 지배구조”가 세계적 수준의 대학의 필수요소이다. 우선 교수 및 학생 등 우수 인재를 세계적으로 유치, 집중하여야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우수 연구집단이 형성된다. 또한 양질의 학습과 첨단 연구가 될 수 있도록 풍부한 자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의 리더십 전략과 비전이 정립되고, 혁신과 유연성에 입각한 의사결정과 자원관리를 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 대학이 세계 20위권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 구성원 간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이에 대한 위기의식의 공유가 필수적이다. 공자는 주역사상을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 통즉구(通卽久)”라고 요약했다. 위기에 기회가 오고, 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체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의 획기적 재정확충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 지재권확보, 기술이전, 대학벤처의 육성, 그리고 기부금 조성 등 전방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미국의 스탠퍼드, MIT와 영국의 캠브리지, 옥스퍼드 등 세계 최고 수준 대학교에 버금가는 연구 지원만이 세계 일류 교수와 인재를 유치할 수 있고, 최상의 연구성과 창출, 연구비 및 우수학생 확보, 대학의 명성 제고, 최고 교수 추가 유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최근 과학·정보 기술의 발전과 세계화로 인력의 이동성이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마켓에서 세계의 우수 인력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포스텍은 과감한 글로벌 개방과 협력으로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를 지향하는 대학으로서 차별화된 매력을 보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이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독자적인 학풍과 인재관을 형성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이를 실행해나가는 것이다. 포스텍의 건학이념은 “우리나라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절실히 필요한 지식과 지성을 겸비한 국제적 수준의 고급인재를 양성함과 아울러, 산·학·연 협동의 구체적인 실현을 통하여 사회와 인류에 봉사하는 것”이다. 척박한 토양에서 오늘날의 포스텍을 일구어낸 개척과 도전의 진취적 정신을 되새기고 세계적 수준의 대학의 길로 소신 있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