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자기계발과 학생활동
[기획보도] 자기계발과 학생활동
  • 강진은 기자
  • 승인 2004.05.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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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가기계발에 너무 무관심한 생활 반성을
2박 3일간의 축제, 해맞이 한마당이 끝났다. 많은 공연동아리의 공연을 비롯한 각종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즐비했고, 준비를 했건, 진행을 했건, 참여를 했건, 혹은 이도저도 아니었건 간에 많은 이들에게 꿀맛 같은 즐거움 내지는 휴식의 기간이었던 것은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늘 무언가 조금 아쉽다. ‘포항공대의 축제’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 ‘포항공대의 축제’가 우리들로 하여금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무언가가 없는. 아니, 축제를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굳이 이번 축제의 모토였던 ‘발광’을 들먹이지 않아도, 한데 어우러져 즐기는 것으로 족함을 알고 있다. ‘공대생답게 놀아봐라’라는 식의 생각없는 주문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하지만 여전히 무언가 아쉽지 않은가? 우리 모두의 머리가 공유하고 있는 이공학도로서의 지식과 지혜, 우리 모두의 가슴이 공유하고 있는 이공학도로서의 열정과 포부를 멋지게 불사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의 관심과 취미를 잘 살리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당연히 그를 뛰어 넘어 무엇보다 중요해야 할 것이, 나의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해나가는 것임은 자명하다. 허나 우리들의 학교를 ‘숙제중심대학’이라 자처해가며 쏟아지는 과제에 휩쓸려 우왕좌왕하는 사이, 코앞으로 다가온 나의 사회생활, 나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지도 준비하지도 못한 채 학교를 떠날 날을 맞게 되는 것은 아닐까?

혼자가 힘들면 함께 간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과 함께여도 좋고, 서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줄 사람과 함께여도 좋다. 조금은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내가 잘 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캐고 다듬는.

이쯤해서 잠시 눈을 돌려보자. 우리 학교와 같은 단과대학이 아닌 보통의 종합대학의 경우 동아리는 중앙동아리와 과내동아리,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는 우리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동아리들과 같이 누구나 자신의 흥미에 맞추어 자유로이 들 수 있는 성격을 가진 것이고, 후자는 자신의 전공 속에서 개인의 보다 세부적인 적성과 흥미를 좆아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활동을 하며 흔히 ‘학회’라고 칭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 대학의 정식 동아리는 49개, 그 중 학술분과는 총 5개이다. 그 중 전공과 관련한 동아리는 Marcus, VIP, PLUS, Power On 네 개이며, ‘과내동아리’혹은 ‘과내학회’는 없다고 봐야 한다. 가까운 곳으로 부산대학교의 사정을 한 번 살펴보면, 82개에 달하는 중앙동아리 중 학술·이념분과 동아리는 총 16개. 과별로 학술동아리 내지는 학회가 대략 10여개 정도 활동하고 있다. 그 중 기계공학부의 경우 공식적으로 총 여섯 개의 학술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는데, 하드웨어, 컴퓨터 프로그래밍, 제도, 모델링, 자동차, 제어, 센서, 로봇 등으로 다양하다. 온·오프라인을 적절히 활용하며 자체적인 교육과 공부, 실험, 각종 대회 참가 등의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었으며 그 중 ‘ZOOM(zoom.me.pusan.ac.kr)’이라는 동아리에서는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는 ‘라인 트레이서 대회’를 자체적으로 개최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부산대학교 축제 ‘대동제’때는 과별로 ‘Open Lab’을 열어 전공과 관련한 재미난 실험이나 연구물을 준비하여 방문객들에게 선보이기도 한다.

단순히 비교를 하자고 들 수는 없다. 모두가 절실히 느끼듯 작은 지방도시에 위치한 단과 대학이라는 것은 아주 특수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허나 그래서 우리는 지금 진심으로,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말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알차게 준비해나가고 있는가? 비교를 하기 이전에, 스스로에게 얼마치의 점수를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자. 대한민국 1%의 자존심을 걸고 모인 우리들이라기엔, 자기계발에 너무나도 무관심한 것이 아닐까?

서투른 솜씨나마 이런 상상을 해본다. 평소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함께 공부하던 것들을 조금 다듬어 무언가 만들어보기도 하고, 깊이 알지 않아도 재미있게 지켜볼 수 있는 실험을 준비하여 과별로 ‘열린 실험실’을 운영한다. 내 전공이 아니기에 별 관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했던 것이었더라도, 우리들은 분명 새로운 흥미와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공계 각 분야 간의 원활한 소통과 교류가 절실함을 부르짖는 지금의 상황에서, 학부 때의 백그라운드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훗날 충분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한 발짝만 더 디디고 한 뼘만 더 뻗어 보다 높이, 멀리 날아오르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