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스승'을 찾아가자
[독자논단]'스승'을 찾아가자
  • 이원지 / 산경 08
  • 승인 2010.05.1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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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대 학생 비율' 국내 최고수준...제대로 이용하는 학생은 별로 없어

어떤 문제에 봉착하거나 고민이 있을 때, 주위에서 조언이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가? 필자도 학교에 입학한 지 햇수로 3년째이고, 그 동안 참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신입생일 때에는 도움을 받거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서툴렀고 그 범위도 동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대학생활에서 마주치는 문제는 단순히 친구들에게 털어놓고 공유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가령 진로 문제나 방학계획을 짜는 것은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하고 내 또래인 친구들의 답변만으로는 부족하다.

필자는 이번 학기 RA(Residential Advisor)와 대학생활설계 조교(SA)를 맡고 있다. 그러다보니 다른 동기들에 비해 신입생들과 자주 만나고 그들의 생활이나 학업, 고민 등에 대해 많이 듣게 된다. 그럴 때 마다 필자가 신입생일 때 느끼던 것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되돌아 볼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신입생들의 문제 해결에 대한 태도가 수동적이라는 점인데, 고민이나 문제가 생겨도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다. 대학에서는 본인이 적극적인 만큼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좀 더 만족스러운 대학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대학은 많은 부분에서 학생이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는 ‘소수영재교육을 지향하고 교수 대 학생 비 국내 최고 수준인 대학’이라며 교수님과 학생들 간의 유대관계가 매우 긴밀하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도교수님을 한 학기에 한두 번 만날까 말까 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런 학생들은 홍보 문구와 다른 현실에 실망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먼저 자신의 태도를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교수님을 어렵게만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가 느끼기엔 다른 누구보다 학생들을 사랑하시고 학생들이 찾아가면 기쁜 마음으로 반기시고 도와주는 분이 교수님이다. 어떤 교수님께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숙제나 성적 때문에 찾아오는 학생들은 많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혹은 교수님과의 만남 자체를 목적으로 찾아오는 학생이 없어 서운하시다고, 교수님들께서는 대부분 우리와 비슷한 길을 걸어오셨기 때문에, 누구보다 우리의 마음을 잘 이해하시고 장기적인 안목의 조언을 해 주실 수 있는 분들이다. 진로가 고민이 되는가? 아니면 당장 이번 방학 때 무엇을 할 지 아직 정하지 못하였는가? 어느 교수님이라도 좋으니 내일이라도 당장 약속을 잡고 찾아뵙는 것은 어떠한가?

교수님 외에도 학교에서 열리는 수많은 강연의 연사 분들로부터 조언을 얻을 수 있다. 강연이 끝나고 많은 경우, 연사 분들께서는 자신의 이메일이나 블로그 주소를 가르쳐 주신다.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연사 분과 인맥을 쌓을 수도 있고 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생생한 경험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강연을 듣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다가가 보자. 우리의 연락에 응답을 하는 것은 그 분들 마음이지만 우리는 밑져야 본전이다.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나의 상황에 맞춰서 조언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실제로 필자도 한 연사 분과 강연 이후 연락을 몇 차례 주고받았는데 IT의 최신 트렌드부터 대학생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든 먼저 다가가자. 일단 다가가서 궁금한 것, 고민되는 것, 뭐든지 물어보자. 공자는 자신이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문이학(問而學, 물어서 배우다)했다지 않은가. 훌륭한 스승을 지척에 놓고 썩혀두는 것은 대학생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학교가 훌륭한 스승을 많이 모셔 왔는데 이때까지 우리는 너무 방치해 온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인 태도로 ‘스승’을 찾아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