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따분한 '나'가 되지 말자
[78오름돌]따분한 '나'가 되지 말자
  • 강명훈 기자
  • 승인 2010.05.19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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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주 전까지 나에게 있어 포스텍에 입학한 후 지금까지를 되돌아 봤을 때 가장 처음 떠오른 단어는 ‘따분함’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여태까지 해보지 못했던 많은 경험을 했다. 선배ㆍ동기들과 술자리도 가져보고 MT도 가보고 대학축제에 참가하고 해외연수를 다녀오는 등 포스텍에 들어오기 전에는 해보지 못했던 경험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경험들이 나에게 새로운 것일 뿐 포스테키안에게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해마다 나와 같은 신입생들이 입학하고 동기들과 똑같은 아침을 시작한다. 같이 강의를 듣고 방에 돌아가서 똑같은 과제를 하고 가끔 있는 술자리에 나가거나 모임에 참석하면 오늘과 같은 내일이 시작된다. 당시에는 중ㆍ고등학교 때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과제와 실험 보고서, 술자리에 정신이 팔려 있어 어제와 오늘을 비교할 틈이 없었다. 선배들이 대대로 물려준 소스가 있었고 조언도 있었다. 힘들긴 했어도 매주 보고서와 과제를 제출하고 퀴즈를 치렀다. 그리고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 ‘이번 학기도 끝났구나.’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2학년이 되고 새로 입학한 1학년들을 보았다. 그들도 작년의 나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결국 나도 나보다 먼저 입학한 선배들의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스텍은 따분한 곳이다. 나에게 선배들이 지나간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게 하고 매일 똑같은 일상을 갖게끔 한다.’ 그렇게 지난 1년을 회상했었다.

불과 얼마 전 우연히 읽은 소설의 한 대목이다. ‘세상이 따분한 게 아니야, 네가 따분해진거지.’ 중ㆍ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바쁜 일상에 치이며 어느 샌가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인 게 아닐까. ‘포스텍’이라는 환경이 따분한 것이 아니었다. 나 자신이 ‘주어진 일상을 받아들이면 곧 졸업생이 되고 언젠간 길을 찾겠지’라고 생각하는 따분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조별 과제 주제를 정하기 위해 교수님과 상담을 하다가 ‘진로를 고민하지 않는 포스테키안’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교수님께서는 선배들이 쌓은 명성과 철저한 학교의 관리 덕분에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이 타대학에 비해 적다고 말씀하셨다. 확실히 우리대학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일류대학으로, 학교에서 설계해 준 커리큘럼이 있고, 졸업한 선배들이 만들어준 터전이 있다. 하지만 트여진 길 위만을 고집하고 그 길 위에서 안심하고만 있다면 ‘따분한’ 자신이 되어버릴 것이다.

공병호 박사는 그의 저서 <명품 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에서 성공하기 위해 10년 후를 기약하며 자신만의 차별성을 만들라고 했다. 같은 일상에서 자신만의 차별성이 나올 수는 없다. ‘따분한 나’이지 않기 위해서는 남들과 차별된 일상을 살아야 한다. 어떠한 일상이 될 지는 자신의 몫이다. 사회에서 성공한 선배들의 발자취를 좇는 것은 결코 틀린 길은 아니지만 모든 포스테키안이 살아가는 똑같은 일상 외에 자신만의 일상을 찾아 10, 20년 후에 남들과 다른 나를 기약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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