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좋은 대학과 다양성
[사설]좋은 대학과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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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1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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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지칭하는 영어단어 University의 어원이 ‘다양한 학자들의 집합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과 같이 대학은 본질상 매우 다양한 가치를 추구한다. 다양한 가치와 사고 체계를 가진 최고의 지성인들이 모여 공동체를 만들고 이들 간의 자유로운 학문적인 교류와 연구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전수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다. 이러한 점에서 성공적인 좋은 대학은 ‘자유로운 다양성’을 중시하는 시스템과 환경을 갖출 필요가 있다. 우리대학과 같이 이공학 분야의 연구 및 교육의 수월성을 강조하는 소규모의 특성화 대학에서는 다양성의 가치가 간과되기 쉬우며 이를 실현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많은 대학들이 선택과 집중을 발전전략으로 부각시키고 있지만, 특히 우리대학과 같이 인적, 물적 자원이 한정되어 모든 학문 분야에 고르게 투자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특히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은 다양한 학문분야 간의 자유로운 경쟁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수렴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이상적이며, 특정분야에 집중하되 우리대학의 학문적 다양성의 기반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학문과 연구도 유행의 바람을 타서 특정분야 및 이슈가 단기간에 집중 관심을 받게 되기도 하지만 이를 해결할 능력은 학문적 다양성이 존중되는 환경에서 오랜 시간 동안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전문가 집단에게 있다. 우리대학의 미래는 이러한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양성하고 유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달려 있다.

다양성의 가치는 무한한 잠재성을 지닌 우리대학의 우수한 학생들의 교육에 있어서 더욱 더 중시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대학과 같이 소규모의 연구중심 대학에서 교육받는 학부생들은 학문적 편협성에 빠질 위험성을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일부 학부생들은 자신들이 대학원에 진학하여 전공할 학문분야를 미리 정해놓고 이에 관련된 과목들만을 수강하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자신의 미래를 일찍부터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식의 습득을 특정분야에 편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지만 자신의 미래를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래에 필요할 것 같은 지식만을 예측하여 습득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더구나 앞으로의 학문의 추세는 점점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가? 큰 그릇의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지닌 학생은 다양한 학문분야에 대한 균형된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고의 포용력을 지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의 교육은 이공학 학문의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인문사회적 지식도 균형 있게 제공하여야 한다.

우리대학 학생들이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사람들과의 교류에 있어서 편협성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우리대학은 지역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모든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특성상 일상생활에서 매우 제한된 성향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교육을 받는다. 우리대학의 학생들과 교수들은 비슷한 사고체계와 가치를 공유하며 살아가나 우리대학 학생들이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교류하게 되는 사람들은 매우 다른 성향과 가치관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대학 졸업생들이 진정으로 사회에서 리더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문과 연구 중심 가치 이외의 다양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고 이들과 교류하며 발전할 수 있는 사고의 폭과 사교의 기술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우리대학이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시작한 교류 프로그램은 과학도와 예술학도들 간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이들간의 소통을 증진시키는 좋은 시도이다. 과학자, 공학자들은 예술을 포함한 사회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과학기술지식을 전달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함으로써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우리대학이 더 좋은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연구와 교육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구성원들의 역량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근 대학가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교수들의 업적평가도 획일적인 기준에 의하여 평가하는 것보다 다양한 가치에 근거한 평가가 교수들의 역량을 대학발전을 위해 끌어내는 데 좀 더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작지만 자유로운 다양성을 중시하는 우리대학이 더 좋은 대학, 더 경쟁력이 있는 대학을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