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비평] 2003년 영화계, 대중음악계 진단
[문화 비평] 2003년 영화계, 대중음악계 진단
  • 문재석 기자
  • 승인 2004.0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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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소비자 눈높이, ‘대충’은 통하지 않아
2003년은 한국 영화계에 있어 참으로 행복한 날들이었다. <살인의 추억>, <싱글즈>, <바람난 가족>, <올드보이> 등 많은 작품들이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거머쥐었다는 평 아래 극장가를 강타하고, 여기에 <남녀상열지사 스캔들>, <동갑내기 과외하기>등의 코메디 작품들의 뒷받침으로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48.7%나 되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살인의 추억>이나 <바람난 가족>이 애초에 예술영화로 분류되어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이 되었다가, 흥행에 성공하는 바람에 예술영화가 아닌 상업영화라는 판정을 받아 오히려 상영관 운영에 문제가 되었다는 소식은 극장주인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한국 영화가 그리고 관객의 수준이 전에 비해 상당히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 영화계를 휩쓸었던 하나의 소재를 유행처럼 울궈먹기 하거나, 과장된 액션과 웃음 에 싸구려 동정심으로 유발하는 눈물이라는 일종의 흥행 공식을 탈피한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단지 스타를 기용하고 돈만 쓰면 된다는 식의 제작사의 고루한 생각은 이제 더 이상 충무로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회적으로 불편한 정서를 다루면서도 스포일러라는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는 <올드보이>가 흥행에 성공을 하면서도, 정말 웃기는 배우 차태현과 김선아 박영규 등이 등장하는, 하지만 아무런 생각없이 만들어진 <해피에로크리스마스>가 참패하는 것은 우리나라 관객의 수준이 이전에 비해 한단계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예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소위 ‘캠버전’보다 극장을 선호하는 관객이 늘었다는 점에서 관객의 수준이 증가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돈을 내고 볼만한 작품의 수가 늘었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었겠지만 결국은 영화를 하나의 작품으로 보고 거기에 충분한 돈을 주고 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성숙함을 보인 것으로 ‘잘 만든 영화=돈 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등식이 올해들어 사람들 머리속에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작년과 재작년에만 하더라도 많은 영화들이 와레즈사이트나 P2P서비스를 통해 많은 영화들이 공유되었고 이로 인한 타격도 적지 않게 받았었으나, 올해는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극장으로 향하면서 이런 움직임도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었다. 이와 더불어 많은 한국영화들이 DVD로 출시가 되었으며, <매트릭스>,<반지의 제왕> 등의 시리즈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괄목할만한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전성기때와 같이 시장의 절반가까이 회수한 영화산업과는 달리 음반산업쪽에서는 심한 유료화바람이 일고 있다. 연초부터 문제가 되어 왔던 벅스뮤직은 결국 21만곡중 9765곡을 서비스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렀고, 얼마전에는 소리바다가 유료화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유료화를 통해 저작권을 보호해야한다는 음반협회측과 네티즌 사이에 많은 마찰이 있었지만, 그 과정속에서 정당한 지적 재산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아직 그 대가에 상응하는 컨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지 못하는 음반 산업계가 음반산업의 침체를 무료로 제공되는 문화컨텐츠로 인한 것이라 단정을 짓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행동이다. MP3파일을 직접 제공하는 소리바다의 경우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흡사 라디오와 같이 스트리밍서비스를 하는 벅스뮤직의 경우는 단순하게 과거의 잣대를 들이대어 저작권 위배로 몰아가는 것은, 아직 우리사회의 제도가 변화하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

물론 영화산업과 음반산업의 특수성은 무시할 수 없다. 지속성 측면에서 그리고 사회적 효용성 측면에서 두가지 산업은 크게 차이가 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사회의 수준이 적절한 문화 컨텐츠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대가를 치를 정도의 수준으로는 올라섰다는 점이다. 자리 하나에 10만원이 넘는 대형 공연의 표가 하루만에 동이나고, 한정판 DVD 세트가 불티나듯 팔려나가며,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연일 매진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독 음반 산업만 안되고 있는 이유가 유독 공짜를 좋아하는 소비자의 심리때문은 아닐 것이다.

음반산업과 영화산업 모두 원하는 바는 동일하다. 결국은 소비자가 컨텐츠에 대해 적절한 돈을 지불하는 것. 하지만 시장에 들어오는 소비자에세 입장료를 받는 것보다 시장을 열어두고 좋은 제품과 품질을 제시해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바람직한 일이듯, 소비자의 구매욕을 뒤흔들 수 있는 문화 컨텐츠를 음반 산업계가 속히 개발하는 일이, 음악 서비스에 대해 유료화를 추진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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