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장 다니고 싶은 대학
[사설]가장 다니고 싶은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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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0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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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Fortune>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최고로 일하기 좋은 기업(The best company to work for)’으로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SAS가 선정되었다. 이 IT 기업이 쟁쟁한 기업들을 물리치고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손꼽힌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중 주목할 점은 완벽에 가까운 복지 시스템이다. 심지어 구글이 사내 복지시스템을 설계할 때 SAS를 벤치마킹했을 만큼, SAS는 직원들의 창의성과 혁신을 최대로 끌어내기 위해 다른 회사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복지 제도를 운영해 왔다. 직원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주요 질병들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사내 병원과 어린 자녀를 둔 직원들을 위한 탁아시설, 최고의 요리사들이 만들어주는 음식으로 아침ㆍ점심ㆍ저녁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사내 식당을 운영하고, 다양한 운동시설을 갖추고 흥미로운 체력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SAS는 직원들이 사적인 영역에서 고민해야 할 일들을 직장 내에서 모두 해결 가능하게 해줌으로써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SAS의 CEO는 그토록 완벽한 복지 시스템을 갖춘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SAS의 구성원들이 직장에서 행복함을 느끼게 되면 직장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극대화되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되며, 이는 SAS의 제품과 서비스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이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큰 만족감을 전달해 주고, 궁극적으로 회사의 수익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SAS 직원들이 느끼는 만족감은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이는 우수한 인재들이 실리콘밸리를 떠나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SAS로 발길을 옮기게 되는 유인 동기가 된다고 한다.

우리는 여기서 포스텍이 ‘최고로 학업과 연구를 하기 좋은 대학(The best school to study at)’이 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에 대한 해답을 엿볼 수 있다. 학교의 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본적으로 우수한 학생 및 훌륭한 연구 인력을 유치하는 것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뛰어난 학문적 성과를 올리게 되면 자연히 학교의 명성과 위상이 올라가게 되고, 이는 또 다른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 있어서 강력한 유인 동기가 된다. 그동안 포스텍은 짧은 시간 안에 눈부신 발전을 이루면서 학문적 성과 달성과 우수 인력의 지속적인 유치라는 선순환 구조를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하지만 과연 지금도 우리 포스텍의 내부 구성원들이 우리의 고객, 즉 수험생ㆍ학부모 그리고 초빙하고자 하는 예비 교수들에게 포스텍이 최고로 학업과 연구를 하기 좋은 대학이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던져본다면 자신 있게 대답하기가 힘들다.

학과 지도 학생들과 상담을 해보면 포항에 있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소위 ‘포항 디스카운트’라는 것이 감성이 예민한 요즘 학생들에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와 직원, 그리고 예비 교수 후보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공통 사항이다.

앞서 SAS의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내부 구성원들이 조직 안에서 진심으로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면 이는 내부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동시에 이러한 조직 문화가 자연스레 외부로 알려지게 되면 새로운 우수 인력의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포스텍 역시 학생과 교수, 그리고 교직원들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과거 포스텍이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최신식 실험 기자재, 세계 최고 수준의 도서관 등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면들을 부각시키고 이를 경쟁력의 조건으로 내세웠다면, 이제는 보다 혁신적이고 탁월한 교육 프로그램과 서울에서의 삶이 부럽지 않은 생활 여건과 같은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매력을 갖춘 학교라는 인식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빠른 프로세서와 오래가는 배터리로 중무장한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소프트웨어가 핵심인 아이폰에 밀리는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최근 유럽에서는 그리스의 국가 부도 위기설로 인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데, 평소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넋 놓고 있다가는 그리스처럼 국가가 망할 수도 있는 현실 또한 주목해야 한다. 사회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점점 커져가는 상황에서 포스텍이 살아남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의 만족에서 시작하는 행복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