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처음의 그 열정을 되찾고 자신의 길을 당당히 가자
[지곡골목소리]처음의 그 열정을 되찾고 자신의 길을 당당히 가자
  • 박한나 / 신소재 08
  • 승인 2010.04.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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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입학한지 어느새 2년이 지났다. 대학에 처음 들어와 기초필수과목을 듣던, 고등학교 때와는 너무 다른 대학 수업에 아찔하고 정신없던 3월초가 생각난다. 그때는 영어로 쓰인 원서가 어찌나 두려웠던지…. 머릿속에선 입실론 델타가 떠다니고, 매일 밀려드는 숙제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과학이 좋아서, 그저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포스텍을 선택했던 나는 과연 포스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생각했던 것만큼 공부하는 것이 재밌지도 않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내 실력은 보잘 것 없었다.

그렇게 힘든 1학년을 보내고, 2학년이 되어 드디어 전공수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전공에 들어오니 내 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전공 분야에 더 깊이, 그리고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기분은 상상 이상으로 즐거웠다. 나는 그제야, ‘아, 이런 게 대학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맘껏 할 수 있겠다는 희열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힘들고 어려웠던 한 해 동안의 준비과정을 통해 나는 전공에 입문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함께 무기를 얻은 것이었다.

전공에 들어오면서부터 내 대학생활은 크게 달라졌다. 처음 이 곳에 입학했던 그 마음 그대로 학문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다. 그 열정에 대한 보상은 전공과목에서의 좋은 성적이나 학점이 아닌 만족감 그 자체였다. 자신이 평생 몸 바쳐온 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교수님들과, 그 교수님들의 열정적인 수업은 나의 동기를 더욱 북돋았고,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며 나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상당한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최고의 이공계 대학이라는 이 곳 포스텍에서, 나의 이런 두근거림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을 찾기가 힘들었다. 공부가 재미있다고 말하기보다는 너무 어렵다고 투덜거리며, 숙제가 많다고 짜증을 부리는 것이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스테키안들의 모습이다. 정말 대다수의 포스테키안들은 포스텍에서의 공부가 어렵고 짜증나기만 하는 것일까? 어떠한 열정도 없이 그저 주어진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나는 가끔 이런 생각에 포스텍이란 곳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낀다.

물론 친구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아, 오늘 배운 거 진짜 신기하지 않냐? 이 과목 진짜 재밌는 것 같아!”하고 말한다면 곱지 않은 눈길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힘들고 어렵다는 얘기만 하면서 짜증만 낼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적어도 이 곳 포스텍에서만큼은, 정말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사랑하고 즐기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포스텍에서 같이 공부하고 있는 1300여 포스테키안 모두 부푼 꿈을 안고 이곳에 왔으리라 확신한다. 학교에 대한, 그리고 학업에 대한 불평ㆍ불만보다는 처음의 그 열정을 되찾고 자신의 길을 당당히 걸어갈 수 있는 포스테키안들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