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색안경 벗은 선배가 되자
[지곡골목소리] 색안경 벗은 선배가 되자
  • 이승훈 / 산경 06
  • 승인 2010.03.2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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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이 달콤한 겨울방학은 항상 그래왔듯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2학기와는 달리 낯선 얼굴들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으로 신입생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올해는 어느 분반의 누가 예쁘다더라, 연예인 누굴 닮은 애가 있다더라 하는 가벼운, 조금은 흥미로운 가십거리들부터, ‘이번 신입생은 개념이 없다’라는 해가 바뀌어도 매년 들려오는 얘기를 이맘때쯤 꼭 듣게 된다. 학교가 좁고, 그래서 새로운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기 때문인지 신입생과 관련된 얘기들은 재학생들에게 언제나 흥미롭다. 하지만 늘 아쉬운 것은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들이 쉽게 전해진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신입생의 실수나 잘못을 너무 쉽게 ‘예의 없음’으로 축약해버리곤 한다. 입학 전에 술을 좀 마셔본 신입생도 있을 것이고, 술자리 문화에 익숙한 신입생도 있을 것이지만 낯선 선배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는 신입생에게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선배들은 종종 신입생들이 잘 몰라서 하는 실수와 잘못을 그 학생의 전부인 것처럼 쉽게 판단해버리고, 이는 며칠 내에 재학생들의 입을 통해 과장되고 확장되어 재학생 전체에게 퍼지게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소문에 의하면 안하무인이고 개념이 없는 후배들을 실제로 만나보게 되면 오히려 꽤 깍듯하고 괜찮은 후배라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본 신입생의 한 가지 면을 가지고 전부인 것처럼 너무 쉽게 판단하지 말고, 단순히 재미를 위해 가십거리들을 양산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보는 신입생의 모습은 술자리에서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허나 우리는 이를 너무 쉽게 신입생의 전부로 판단해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뭐라고 하더라’ 통신을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 때문에 몇몇 신입생은 이미 힘들고 낯선 학교생활 적응에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소위 ‘개념이 없어 보이는’ 신입생을 무작정 혼내거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말고, 대학생활을 먼저 겪은 선배로서 관대하게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