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심리학
긍정 심리학
  • 권석만 /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 승인 2010.03.2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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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측면에서 행복을 과학적으로 탐구
▲ 긍정 심리학의 대표적 인물(왼쪽부터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 Martin Seligman, '몰입'의 세계적 연구자 Mihaly Csikszentmihalyi, 주관적 안녕의 대표적 연구자 Ed Diener).

요즘 우리사회에는 ‘행복’ 또는 ‘웰빙’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의식주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현대인들에게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이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행복이란 무얼까?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일까? 좀 더 행복하려면 어떤 노력과 변화가 필요할까? 이러한 물음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물음이다. 그 대답에 따라 우리 인생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통해서 많은 철학자나 종교인들이 나름대로의 행복론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론은 인생에 대한 지혜와 통찰을 담고 있지만 주관적인 체험과 사유에 근거한 개인적인 주장일 뿐이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행복이라는 주제에 대한 학문적인 접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비로소 심리학자들이 과학적인 연구방법론을 적용하여 행복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로 태동된 심리학의 새로운 분야가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이다. 1998년 미국심리학회 회장에 취임한 Martin Seligman에 의해 제창된 긍정 심리학은 과거의 심리학이 인간의 부정적 측면, 즉 심리적 결함과 장애에만 편향적인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반성 속에서 인간의 긍정적인 측면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심리학의 새로운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인류에게는 더 행복해지기보다 덜 불행해지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다. 19세기 말에 독립된 학문으로 태동한 심리학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인간의 불행과 심리장애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데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이러한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좀 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자세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행복은 불행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다. 그동안 탐구된 불행의 법칙으로는 행복을 설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불행을 감소시키는 방법으로는 행복을 증진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행복의 법칙과 행복증진의 방법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 긍정 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과 웰빙에 대한 현대인의 뜨거운 관심과 더불어 심리학계에서도 연구방향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긍정 심리학은 매우 광범위한 주제에 관심을 지니지만, 인간의 삶을 좀 더 행복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세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은 △긍정 상태(positive states) △긍정 특질(positive traits) △긍정 기관(positive institutions)으로서 ‘긍정 심리학의 세 기둥’이라고 불린다.

▲ 긍정 심리학을 소개하는 국내 저서들.

 

첫째, 긍정 심리학은 인간이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긍정적인 심리상태를 연구한다. 행복의 핵심은 자신의 삶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과 긍정적인 체험이기 때문이다. 행복이라는 용어가 너무 일상적이고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긍정 심리학자들은 학술적으로 ‘주관적 안녕(subjective well-be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긍정 심리학의 일차적 관심은 주관적 안녕을 비롯하여 긍정 정서, 몰입 체험, 삶의 의미 인식, 초월 경험 등과 같은 다양한 긍정적인 심리상태의 유발 요인, 심리적 과정과 기제, 심리사회적 효과, 증진 방법을 탐구하는 것이다.

둘째, 긍정 심리학은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번영에 기여하는 인간의 긍정적 특질을 밝히는 데에도 깊은 관심을 지닌다. 긍정 특질이란 일시적인 심리상태와 달리 개인이 성격처럼 지속적으로 지니고 있는 긍정적 성품과 덕성(virtue)을 뜻한다. 긍정 심리학자들은 지혜, 창의성, 호기심, 끈기, 자기조절, 진실성, 이타성, 겸손, 용기, 열정, 낙관성, 리더십, 심미안, 유머, 영성 등과 같은 다양한 특질의 심리적 특성, 발달과정, 촉진요인, 함양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 주제는 인간이 지닌 아름답고 고귀한 성품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일이다. 아울러 일시적인 주관적 만족을 넘어서 지속적인 행복(sustainable happiness)을 누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삶의 과제(학업 및 직업, 대인관계, 사회적 활동, 인생의 의미 추구 등)를 성공적으로 원활하게 수행하도록 돕는 긍정적 성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긍정 심리학은 구성원의 행복과 자기실현을 지원하는 긍정적인 기관에 대해서도 관심을 지닌다. 인간은 누구나 크고 작은 조직(예 : 가족, 학교, 기업, 지역사회, 국가)에 소속되어 살아가며 필연적으로 조직의 영향을 받을

   
▲ 긍정 심리학의 관점에서 쓴 대학생활 안내서.
수밖에 없다. 긍정 기관이란 구성원 개개인의 행복을 지원하고 그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조직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기관을 의미한다. 긍정 심리학자들은 긍정 기관의 구조적 또는 기능적 특성을 밝히고 긍정 기관으로 변환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과정을 모색하고 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자연과학도나 공학도들은 이런 의문을 지닐 수 있다. 긍정 심리학의 관심사는 바람직하지만 그러한 주제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인가? 행복이라는 지극히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주제를 어떻게 ‘과학적으로’ 연구한다는 말인가? 과학의 기반은 측정이다.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은 심리측정(psychometrics)에 근거하고 있다. 현대의 심리학은 인간의 내면적 심리상태, 외현적 행동 및 개인적 특성을 측정하여 수량화하는 다양한 방법(예 : 자기보고법, 심리검사법, 과제수행법, 행동관찰 평정법, polygraph나 fMRI와 같은 신경생리적 측정도구 등)을 갖추고 있다. 물론, 인간의 심리적 현상을 측정하는 방법은 물질적 대상을 측정하는 방법보다 그 엄밀성이나 정확성가 떨어지지만, 심리학자들은 자신이 사용한 측정법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하고 그 이해의 바탕위에서 연구결과를 해석한다. 이렇게 측정된 연구 자료를 다양한 통계적 방법에 의해서 분석하여 요인들 간의 상관적 또는 인과적 관계를 밝힌다. 현대인이 삶 속에서 경험하는 행복체험을 조사하여 탐구할 뿐만 아니라 실험적 방법론을 적용하여 행복과 관련된 요인들의 인과관계를 탐색한다. 긍정 심리학이 행복에 대한 과거의 사변적 담론과 구별되는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이러한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행복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행복에 대한 과학적 탐구는 21세기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긍정 심리학의 과거는 길지만, 그 역사는 짧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래에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행복에 관한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긍정 심리학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이자 낙관주의 연구자인 Martin Seligman, 몰입(flow)의 연구로 유명한 Mihaly Csikszentmihalyi, 주관적 안녕의 대표적 연구자인 Ed Diener, 긍정적 특질의 분류체계를 제시한 Christopher Peterson, 그리고 200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Daniel Kahneman 등이 있다. 긍정 심리학은 현재 심리학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분야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긍정 심리학은 행복이라는 심리적 현상과 관련된 사실을 밝히는 과학이다. 인생의 보편적 가치나 당위적 방향을 제시하는 윤리학적 접근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개인의 행복은 그 사람의 개인적 특성과 처한 상황 그리고 추구하는 가치에 의해서 다양한 모습으로 선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 심리학은 현대인이 행복에 대한 체계적 이해 위에서 나름대로의 행복한 삶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과학적 사실을 제공하려는 새로운 학문분야이다. 행복한 삶을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이라면, 긍정 심리학에서 밝혀놓은 행복에 관한 사실들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정신적인 방황이 많은 가운데 미래의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대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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