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기여, 행복, 그리고 성공
[노벨동산]기여, 행복, 그리고 성공
  • 권순주 / 신소재 교수
  • 승인 2010.03.2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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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인 가치관을 따르기보다는 개개인의 인생관을 정립하여 행복과 성공에 이르자

이번 2010년 동계올림픽에서 아름다운 우리의 젊은이들이 큰 기쁨과 행복을 주었다. 그 원인은 비단 그들이 보여준 뛰어난 체력과 능력뿐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고, 동료와 후배를 배려하고, 또 결과를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심성과 태도에 있었다. 이러한 기쁨과 행복을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경험하고 싶은 것은 나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이런 바람을 현실화시키려면 현실을 살펴보고, 미흡한 점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나는 각자가 흥미를 느끼고 좋아하는 것을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본다. 이러한 느낌은 주변에서 보여주는 엄청난 교육열, 빨리 가려는 운전 습관, 부자가 되려는 투자열 등으로부터 감지되는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으로 윤택한 문명은 이러한 ‘경쟁심’과 ‘열정’의 결과이리라. 이로 인한 치열한 내부 경쟁은 금번 동계올림픽의 젊은이들이나 세계 여성골프계를 휩쓸고 있는 우리 낭자들이 보여주는 우수한 성적의 원동력임이 분명하다.

서로를 인식하고 강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초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서 매우 당연하다. 물론 이런 ‘사회적 특성’은 유인원ㆍ늑대ㆍ돌고래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인간에게는 그 어떤 생물학적 종보다 더 강한 ‘초사회적 특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수한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는 인간은 교육과 믿음을 통해 동일한 사회적 가치를 익히고, 이에 동조함으로써 원만한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살아간다. 이런 점에서 구성원들이 합의된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가능한 대다수가 이를 통해 함께 노력함으로써 복지사회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상향’은 사실 아주 오래 전부터 플라톤ㆍ맹자 등에 의해 주장된 것이며, 현실에서는 그 단편적 모습을 유럽의 몇 개 국가와 캐나다ㆍ뉴질랜드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이상이 지나쳐 인간성을 도외시한 공산주의나 국수주의와 같은 극단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사회공동가치’와는 달리 ‘개인 가치의 대중적 동조 현상’이 매우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모름지기 개인의 인생관에 기초하여 나름대로 정한 목표와 방법에 따라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인생관이 확실치 않은 경우 대중적 가치는 상호 학습에 의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동조화ㆍ보편화된다. 안락한 생활, 높은 지위와 명예, 혹은 큰 재물과 쾌락 등과 같은 대중적 목표와 이에 이르기 위한 어떤 방법이 사회 일부 주도적 개인들에 의해 ‘좋다’라는 평가가 내려지면, 그 평가는 입소문을 통해 매우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 그리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대중적 가치’를 마치 자신의 개인적 가치인 양 살아가는 듯하다. 따라서 치열한 경쟁은 필연적이며, 본격적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학생들은 입시나 취직을 위한 경쟁을 벌이고, 부모들은 누구의 방법이 더 나은지를 수시로 비교 학습하고 ‘좋다’고 알려진 방법에 동조하려 노력한다. 그 결과는 과도한 입시 전쟁과 사교육비 지출이다. 뿐만 아니라 교차로에서 꼬리 물기, 고속도로에서 갓길운전하기, 아파트 청약 과열 등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만연한 우리 사회의 낭비 또한 그 결과로 나타나는 모습일 것이다.

반면에 우리의 자랑스러운 빙상 젊은이들은 대중적 가치관이 아닌 차별화된 ‘개인적 가치관’을 확실히 가지고 있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혹독한 자기 훈련을 감내했을 것이다. 돈 탭스콧은 요즘 젊은이들의 속성을 자유, 개인화, 철저한 조사, 성실, 재미, 협업, 속도, 혁신의 8가지로 규정하고 이들을 Digital Native라 명했다. 이 8가지의 속성에서 우리는 ‘동일화’라는 가치를 찾을 수 없는 반면, 우리의 자랑스러운 빙상 젊은이들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즉, 이러한 속성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행복과 자랑스러움으로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해결은 각자 개인의 인생관 혹은 행복관을 정립함으로써만 가능하다. 과연 나는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한 인간의 인생과 행복은 천차만별의 모습으로 나타나겠지만, 나는 가치 있는 인생과 행복의 핵심에는 다른 생명체를 아끼고 보살피는 기여 행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객관적 자신을 아끼고, 부모와 자식을 아끼고, 학생과 교직원이 서로 아끼고, 기업가들과 고용인 그리고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아끼는 과정에서 우리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시장 바닥에서 채소를 파는 노파도 손자들에게 줄 용돈을 마련하는 행복이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행복만이 아니다. 시장의 노파가 물건을 옮겨와 다른 사람이 살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노파는 돈을 얻는다. 동네 슈퍼마켓 주인, 학원 강사, 의사 등 모두들 다른 사람에게 행한 기여의 대가로 경제적 여유, 사회적 지위를 얻는다. 나 자신이 교수로서 봉급과 지위를 얻는 것 또한 교육을 통해 학생, 학교 그리고 사회에 기여하는 행위의 보답이라 여긴다. 그리고 아직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정하지 못한 학생들은 무엇인가 주변에 기여하고 싶은 행위를 노력해서 찾고, 이를 통해 행복과 소위 성공이라는 것에 이를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