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 이공계 장학금 환수
해설 - 이공계 장학금 환수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0.03.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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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떨고 있니? 이공계열 미진학자 환수 가시화

2010년도 국가장학생 사업에 졸업 후 비 이공계열 진출 시 장학금 환수에 대한 조항이 신설됨에 따라 비 이공계열 진출 예정자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월 12일 한국장학재단(scholar ship.kosaf.go.kr)이 공지한 ‘2010년도 국가장학생 사업 안내서’에는 “2010년도 신규 장학생 신청자 및 2+2제도 기준 평가 대상자(2008~09년도 이공계 장학금 대상자)는 졸업 후 비 이공계열 진출 시 장학금 환수에 대한 신청인 서약서 제출 의무화”라는 문구와 함께 신청인 서약서 예시가 첨부되었다.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이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없어 이공계 장학금 수혜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은 크게 △비 이공계열 진출의 범위 △장학금 환수가 적용되는 학번 △장학금 환수 방법 등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아무것도 확실히 정해진 것이 없는 실정이다.

한국장학재단은 게시판에 올라온 장학금 환수에 대한 질문에 대해 모두 “이공계 장학금 환수 규정은 이공계 장학금의 근본 취지를 되살리고, 이공계 기초분야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임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아울러 현재 이공계 장학생의 비 이공계열 진출 시 장학금 환수 규정은 입법 추진 중이며, 적용기간 및 대상 등 세칙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미리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로 일관하고 있어 학생들은 연일 답답한 마음을 호소하고 있다.

장학금 환수에 대해 학생들은 당혹스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서약서를 제출했지만 실제로 비 이공계열 진출 시 장학금을 환수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실 형식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았다. 비 이공계열 진출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그 금액을 다 환불해야하는 것인가?”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공계 장학금을 실제 이공계 진출자에게만 제공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의ㆍ약학 대학원, 일반 기업 등 졸업 후 이공계열에서 종사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예산을 낭비해왔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장학금 환수로 예산이 확보되면 이공계열로 확실히 진로를 정한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기도 한다. 실제로 신청인 서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장학금 미수혜자가 발생하면, 입학당시 장학생으로 선정되지 않은 재학생들은 기존 장학생의 탈락인원 및 잔여예산 범위 내에서 새롭게 장학생으로 선정될 수 있다. 따라서 입학성적만으로 대부분의 이공계 장학금 수혜자를 결정하는 현제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그 취지는 이해하지만 시행 방법에 있어서 문제점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장학생 선정 시에는 없던 내용을 뒤늦게 세칙으로 만들어 기존 학생들에게 소급적용하는 것이 옳지 않으며, 이공계 장학금 환수는 교내 및 외부 장학금 수혜와도 관련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공계 장학금 중복수혜 불가 조항에 따라 타 장학금을 포기하고 이공계 장학금을 수혜했다고 밝힌 한 타대학 학생은 “교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공계 장학금은 중복 수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공계 장학금을 선택했는데, 비 이공계열에 진학했다는 이유로 나중에 이를 환수해간다면 차라리 학교 장학금을 받는 게 훨씬 나았던 것이네요.”라며 억울한 심정을 내비쳤다.

장학금 환수가 확정된다면 우리대학에서도 지곡장학금과 관련하여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우리대학은 ‘이공계 중점 대학’으로 분류되어 신입생의 약 80%가 이공계 장학생으로 선발되고, 나머지 학생들은 지곡장학생으로 분류되어 교내 장학금을 수혜 받게 된다. 이공계 장학금을 수혜 받은 학생이 비 이공계열로 진출했을 때는 장학금이 모두 환수되고, 지곡장학금 수혜자가 비 이공계열로 진출했을 때는 장학금이 환수되지 않는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생지원팀 담당자는 “교내 장학금은 실질적으로 환수할 방법이 없고, 환수를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확실히 결정된 사항이 없는 가운데 학생들은 한국장학재단의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제도에 대한 빠르고 신중한 결정과 합리적인 의견 나눔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