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인생은 내일까지라 생각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
[지곡골목소리] 인생은 내일까지라 생각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
  • 김규현 / 생명 07
  • 승인 2010.02.1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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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없다. 감동이 없다. 살아간 날들에 대한 보람이 없다. 희망에 가득 찬 밝은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지나간 날들에 대한 회한과 후회만이 가득 차 있다. 동물은 자신의 행동에 후회가 없다. 후회는 잘못한 일에 대해 하는 것이다. 자기가 행한 일에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인간뿐이다. 동물들은 그저 현실을 바라보기만 할 뿐, 과거에 대한 때늦은 후회나 미래에 대한 헛된 망상을 하지 않는다.

눈물이 많아졌다. 아이티 지진 사고의 현장을 담은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나고, 뇌종양에 걸린 주인공이 삶에 치이면서도 최선을 다하며 사는 드라마를 봐도 눈물이 나고, 이때까지 학생이면서 학업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 고등학교 때도 그렇게 놀기만 하다 재수까지 하게 되었는데, 대학 와서 장학금 하나 지키지 못하고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이 부끄러워 화가 난다. 비슷한 경험으로 눈물 흘리는 학생들이 우리대학에 많을 것이다.

왜 우리는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면서 사는 것일까? 개강총회 자리에서 술 많이 먹지 말아야지, 담배는 백해무익하니까 간접흡연도 하면 안 되는데, 숙제는 내일까지니까 오늘 다 해놔야지, 이 사람을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으니 용기 내어 고백해봐야지…. 왜 이런 생각들은 늘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입 밖을 무서워해 내뱉지 못하는 걸까?

당장 내일 죽을 것이라고 가정을 해봤다.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 차마 주위 사람들에게 말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게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기쁨을 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내일이 되어서 그래도 어제는 보람차게 보냈노라고 회상할 수 있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라는 걸 자기 자신에게 입증하기 위해.

며칠 전 인문사회학부의 어느 교수님과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우리대학 학생들은 바쁘고 숙제 제출 기한이 다가올수록 더 열심히 공부하고 주어진 만큼의 공부만 한다는 말씀을 들었다. 심장이 뜨끔해 동한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으리라. 듀(due) 전날 밤새는 것은 많은 학생들의 습관이 아니겠는가. 이 습관, 인생에도 한 번 적용해보자. 인생 제출 기한이 내일까지라고 생각하고 살아보기로 하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죽기를 각오한다는 것은 말이 쉽지 행동으로 잘되는 것이 아니니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보자. 최선을 다하면 부끄럽지도 않고 눈물도 나지 않고 화도 나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