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배움의 둥지에 편식은 없다
[독자논단] 배움의 둥지에 편식은 없다
  • 안형민 / 화학 통합10
  • 승인 2010.02.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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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혈적 계산은 잠시 접어두고, 뜨거운 심장을 통해 계속해서 듣고 배우고 이해해야...

포스텍 대학원에 입성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상당히 잘 적응하여 생활했던 학부 모교를 떠나, 한 달 사이에 나는 이곳으로 넘어와 정말 많은 새로운 모습들을 보고 있는 듯하다.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연구주제부터 시작하여 포스테키안들의 생활과 꿈, 그리고 이런 내용들을 담고 있는 술자리의 담소까지,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새로운 깨달음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은 아마도 나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 이제 막 학교생활을 시작하려고 하는 모든 학생들이 느끼는 바일 것이다. 그렇다면 신지식과 신사고의 바다인 이곳 포스텍의 대학원생으로서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하려고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한 번은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포스텍에서는 다양한 지역과 연령대를 가지는 개성 강한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열정을 바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고, 그 연구 또한 매우 다양하고 세분화 되어 있으며, 한 사람이 모든 연구 내용들을 알기 힘들 정도로 전문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나는 나 자신의 연구에만 몰두할 뿐, 다른 위치나 분야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조금 가볍게 여기려했던 마음이 있었다. 과거의 학부 시절 때에도 전공이 아닌 분야를 접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꺼려했던 적이 많았으며, 선배와 후배, 나이, 직위와 명성이라는 편견의 장벽에 가로막혀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골고루 본받고 배우지 못한 적도 허다했었다. 그렇게 얕은꾀를 부리며 배움에 편식했다는 것이 지금의 대학원 생활의 출발을 느리게 만드는 이유인 듯하다.

지식의 함양에 있어서 편식이란 있을 수 없다. 나는 그 사실을 이곳에 와서 뼈저리게 느끼고 깨닫는다.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보고 들었던 소프트웨어들을 반드시 사용해야만 하고, 친구들이나 후배들이 내 옆에서 하던 실험들을 이젠 내가 반드시 해내야 한다. 그럴 때마다 항상 손익을
따지면서 배움을 받아왔던 나의 모습에 진한 아쉬움을 느낀다.

가끔은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배운 상태로 입학했다면 이곳에 더 빠르게 적응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 지금의 나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답을 내려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언제까지나 지난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아쉬웠던 과거에 얽매여 있는 것은 옳은 답이 아닐 것이다. 대학원 혹은 학부 생활을 시작하려는 이들이라면 꾸준히 닥치는 대로 배움을 받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받은 지식들은 우리를 조금씩 넓게 성장시켜줄 것이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우리들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니 냉혈적 계산은 잠시 접어 두고, 뜨거운 심장을 통해 계속해서 듣고 배우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신학기 학생들이 맨 처음 다짐해야 할 마음가짐일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하고 계신 교수님과 학생들을 접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다양한 공부를 접할 수 있는 기회선상에 놓여 있다. 때론 선배들로부터 많은 경험과 지식을 배울 수 있으며, 후배들로부터 배워야 할 경우도 생긴다. 우리들의 연구 분야와는 그리 많은 관련을 두고 있지 않는 실험을 볼 수 있는 일도 많고, 가끔은 처음 보는 선배들과의 술자리를 통해 그들의 꿈 이야기와 과학에 얽힌 재미있는 잡담 또한 듣게 되는 일도 생길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다 같은 성질의 이야기인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곳 생활을 하게 된 시점부터 피할 수 없이 듣고 보게 되는 상황들이며, 조금씩 조금씩 우리 자신들을 성장시키고 적응시켜줄 밑거름이라는 것이다. 생각하기 전에 우선 듣고, 이유를 따지기 전에 적어가며 배운다는 것. 포스텍에서 생활을 시작하려 하는 나와 같은 이들이 간과해선 안 되는 사실이며, 반드시 실천해야 할 사항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