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졸업 이후를 생각하며
[사설] 졸업 이후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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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1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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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734명의 포스테키안을 사회로 진출시키게 되었다. 2009학년도 학위수여식을 맞이한 것이다. 먼저, 각고의 노력으로 영예로운 졸업장을 받은 모든 학생들에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축하의 말을 전한다. 이들을 교육하는 데 열과 성을 다한 교수와, 세세한 뒷바라지에 힘을 쏟아준 직원 및 대학당국에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

금년도 학위수여식은 학부생을 기준으로 볼 때 20회에 해당된다. 졸업식 연륜을 따지자면 이제 막 성인에 이르는 것인데, 이를 계기 삼아 졸업과 그 이후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졸업식이란 학생들이 일정한 공부를 마치고 소기의 학력을 성취했음을 보증하는 행사다. 이런 의미에서 공식명칭 또한 학위수여식이 되는 것이다. 물론 공부에는 끝이 없지만, 개개인의 인생사의 한 단계를 차지하는 학업과정에는 단계가 있어 학사와 석사, 박사가 나뉘게 된다. 학교 입장에서 보자면, 인류와 사회가 요청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과정의 한 매듭이 학위수여식이라 하겠다. 따라서 개인의 경우에는 다음 단계로의 진입이라는 점에서, 학교의 경우에는 사회와의 관계가 한층 강화된다는 점에서, 졸업은 하나의 마감이면서 동시에 다른 하나의 시작이기도 하다. 졸업을 나타내는 영어단어 ‘commencement’에 ‘시작’의 뜻도 있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또 하나의 시작으로 졸업을 맞이하는 포스테키안들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한다. 진학을 하는 학생들은 물론이지만, 각급 연구소나 기업에 취업하는 학생들의 경우도 그동안 지녀온 면학 정신을 계속 유지해 나아가기를 권한다. 과학기술의 측면에서 현대사회가 보이는 급격한 변화의 속도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신속하게 적응하고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만이 제 뜻을 펴며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준거집단을 어디에 두든 끊임없이 배우고 습득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다음 한 가지는 포스텍 출신으로서 그에 걸맞은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말이다. 여러분들이 그간 배우고 습득한 지식에 대한 자부심과, 그 토양이 된 학교에 대한 애교심, 동문의식을 두텁게 하기 바란다. 이공계 최고의 학생으로 포스텍에 들어와 열심히 노력한 만큼 그에 걸맞은 긍지를 잃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여러분들이 이룬 성과가 여러분 개인의 노력만으로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 어떤 의미에서의 성공이든 주변사람과 환경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대학에서 여러분이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후배들에게는 더 나은 것을 물려주고자 하는 진취적인 정신을 갖기 바란다. 이것이 바로 애교심과 동문의식의 바탕이 되리라고 믿는다.

끝으로 공공 영역에 대한 관심과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관용의 태도를 갖추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공계 연구 중심 대학에서 여러분들은 국가와 사회로부터 큰 혜택을 받아 왔다. 그러한 혜택에 담긴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전공에 갇힌 전문가에 머물지 말고, 사회와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찾고 실천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럴 때 이공계의 미래가 밝아지고 우리나라의 발전에 과학기술이 좀 더 의미 있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학교를 떠나 사회로 나아가는 학생들을 보며 대학 또한 새겨볼 일이 있다.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졸업생들이 그들의 새로운 도전을 어떻게 감당하며 원하는 바를 이루어내는지, 대학의 기대에는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우리 교육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찾아 교정할 때, 국가사회에서 우리대학에 부여된 소명을 다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간명하게 말하자면 졸업생의 사후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들이 이 사회의 동량이 되고 미래 한국 과학기술계의 중추가 될 수 있도록 졸업생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전할 때, 그들의 자부심과 동문 의식이 한층 강화되어, 작게는 우리대학 크게는 국가사회의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학위수여식이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하나의 출발점이 되는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