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스테키안의 자긍심
[사설] 포스테키안의 자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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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1.0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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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이 개교한 지 23년이 지났다. 지금도 개교 당시를 생각하면 가슴 벅찬 감동이 생생하게 느껴지곤 한다. 여러 여건들이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마음은 하나였던 그 시절이었다. 당시도 물론 기존의 잣대로 대학들을 평가하는 것은 일종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우리대학 어느 누구도 그런 기존의 평가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았다. 우리는 다르고 달라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20여 년간 포스텍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 것 이상을 이루어 왔다.

최근 국내외로 대학에 대한 일괄적인 평가와 줄 세우기에 편승하여 모든 대학들이 너도나도 평가를 잘 받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으며, 우리 포스텍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평가의 상당한 부분은 타당성이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마다 특성이 다른데도 같은 지표들로 평가를 하는 것은 타당성 및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지표에서 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대학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대학에 중요한 측면에 대한 평가라면 당연히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월등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재 포스텍은 우리에게 중요한 측면에서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포스텍의 특수한 상황(소수정예를 추구하는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은 대학 등)으로 인해 생길 수밖에 없는 일부 지표에서의 상대적 불리함은 이해하고, 외부의 획일적인 평가에 웬만큼 초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포스텍이 추구하는 대학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적어도 포스텍의 이상적인 모습이 일반적인 대학평가 기준의 모든 면에서 가장 우수한 면들을 고루 갖춘 형태와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의 평가보다는 우리 스스로 자신에 대한 보다 철저한 평가를 하게 하는 포스테키안의 자긍심이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대학인으로서 교육ㆍ연구에의 노력과 헌신은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자신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학문적 성취는 오랜 기간의 헌신적인 노력과 몰입에 의해 가능한 것이므로, 이를 위한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 인간은 외부에 의한 동기부여보다는 자기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일 때 그 열정과 만족감이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단기적인, 질보다는 양적인 외부 평가에 너무 치중한다면 진정 훌륭한 창의적인 성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연구의 중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조되면서 교육에 대한 관심 및 중요성이 저하되는 경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학에서의 교육이란 연구능력이 뒷받침되는 교육이어야 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평가를 넘어서 훌륭한 대학인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근본적인 가치를 다시 한 번 점검해보고 이에 충실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육ㆍ연구ㆍ봉사에서의 탁월함과 함께 높은 윤리적 가치 추구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미 포스텍은 훌륭한 자질의 교수와 학생을 가지고 있으며, 국내에서 바람직한 대학의 모습을 보여준 모범이 되어왔으며, 국외에서도 단기간에 비교적 높은 인지도를 달성했다. 이제 우리 포스텍이 진정으로 가야할 모습을 포스텍 스스로 결정하고 이를 향해 당당하게 전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발전하는 포스텍의 모습 자체가 이상적인 대학의 한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경쟁과 자기선전이 당연시 여겨지는 21세기 대학 캠퍼스에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의 학문과 교육에 정진했던 과거 선비의 품위를 더할 수 있는 길이 없는지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