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화의 시기에 요청되는 것들
[사설]변화의 시기에 요청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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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1.1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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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은 지금 여러 분야에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학생들의 선발과 교육 방법 및 시스템에서부터 연구제도 및 교수들의 인사 문제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변화를 시행해 왔으며 보다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향후 20~30년 뒤에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격동의 시기라 할 수도 있을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현재 우리의 지표를 되새겨 보는 일이 필요할 듯하다. 목적지만 바라보다 보면 현재에 소홀해지기 쉽고, 최악의 경우, 한두 가지 목표에 집중하다 보면 그러한 목표를 설정한 궁극적인 의미를 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대학이 겪어온 변화의 원인 혹은 원동력을 생각하자 하면 적지 않은 경우가 ‘포스텍 비전 2020’을 떠올릴 것이다.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출발하여 그동안 국내 1등 대학이자 아시아 최상위 대학의 자리를 지켜온 우리 입장에서, 새로운 세기를 맞아 한 차원 더 도약할 필요를 느껴,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 대학에 진입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운 것이다. 비전 2020은 분명 우리가 도전해 볼 만한 목표이고 그 성취를 위해 마땅히 노력해야 할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변화의 와중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우리대학이 보이는 변화의 원인이자 원동력이 ‘포스텍 비전 2020’이라고 답해도 되는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누가 랭크를 매기며 그 기준과 절차는 어느 정도 적절한가 등의 여러 문제는 차치하고 기본적인 것만 생각해 보자. 이렇게 보면, 20위권이라는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순위를 목표로 할 때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했던 바가 중요하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건학이념과 설립배경에 명시된 대로, 우리의 목표는 첨단연구의 세계적인 중심지로 발전하고 소수정예의 학생을 영재로 키우며 산학연 협동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충실히 달성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원칙적으로, 우리대학의 순위가 세계 200위가 되든 20위가 되든 2위가 되든 문제될 것이 없다. 2020이라는 숫자는 우리의 목표를 좀 더 명확히 하는 하나의 기호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표와 기호를 확실히 한 위에서 우리대학이 현재 겪고 있는 변화들을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과연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소규모 대학이라는 우리의 현실을 바탕으로 해서 가장 적절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인지, 목표와 현실을 동시에 생각하면서 각종 변화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그 속도와 절차를 조정해야 한다. 240여 명밖에 되지 않는 교수들의 잠재력을 모두 모아야 실현 가능성이 보이는 목표를 향해 가면서 교수들의 단합을 해치거나 사기를 꺾는 방법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소수정예교육을 영재교육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면서 학생들의 학습여건을 돌보고 그들이 다음 세대의 주역이 되는 데 필요한 여건들을 확충하는 데는 소홀한 것이 아닌지 돌볼 필요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240여 명의 교수에 3,000명 정도의 학생, 800명 정도의 연구원을 가진 대학 현실에서 건학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폭넓고 심도 있는 공감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대학본부에서 드라이브를 거는 한편 일부 구성원들은 반대하고 적지 않은 구성원들이 무관심한 상태라면, 우리의 목표를 이루기는 어렵다. 이런 면에서, 보직자들이 학과를 돌며 주요 정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은 매우 바람직하다. 여러 위원회 등에서 세부 정책을 다듬는 데 진력하는 것 또한 치하할 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를 들어 교수들의 경우 적지 않은 수가 오불관언하는 태도를 취한다면 문제가 없지 않다. 비판과 대안을 내놓는 경우는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되므로 오히려 걱정할 것이 없지만, 뒤에서 냉소하며 앞에서 무관심한 경우는 우리의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주의를 요한다. 이러한 여지는 없는지 있다면 왜 그런지를 새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고 나무라고 말 일이 아니다. 숲만 보다 보면 나무를 못 보는 것이 또한 사실이고, 일부 나무를 뒤로 하고 나아가기에는 우리대학의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변화의 와중에서 변화의 원동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