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평론] 혁신이 외면당한 그룹의 비극 가져온 슬픈 '걸작'
[나도 평론] 혁신이 외면당한 그룹의 비극 가져온 슬픈 '걸작'
  • 박정준 / 화학 석사과정
  • 승인 200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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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Wherever you are(INXS 11집, 1992년)

77년 결성된 호주 그룹 INXS는 미국 팝과 영국 팝 사이에서 문화적 빈곤을 면치 못하던 호주 팝계에서 배출해낸 몇 안되는 슈퍼스타 중 하나이다. INXS는 7집(85) ‘Listen like thieves’로
platinum, US top 10을 기록하며 세계 시장에 그들의 출현을 알렸고, 8집(87) ‘Kick’으로 전세계 100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Need you Tonight-빌보드 1위’을 비롯해 무려 4곡을 빌보드 싱글 top 10에 랭크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INXS는 그들의 9집(90) ‘X’역시 플래티넘을 기록시키며 80년대를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롤링스톤스지는 ‘호주에서 다가온 가장 멋진 충격(the coolest sensa tion)’이란 말로 그들을 소개했고, 비평가와 팬들의 찬사속에 U2, R.E.M과 더불어 ‘90년대에 가장 주목받을 그룹’으로 기대를 받았다.

INXS의 사운드는 호주적인 음악적 색깔 즉, 그 광활한 대지에서 생성된 듯한 원시적인 리듬과 강인함을 세련되고 감각적인 뉴웨이브와 펑크 사운드에 실은 댄스 락이라는 평을 받는다. 80년대의 대성공과 이후의 활동에 대한 팬들의 기대속에, 그리고 뉴웨이브의 퇴조와 얼터너티브 락의 대두라는 시대적 변화 속에 INXS는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이들은 자신들의 영광의 절정 속에서 대혁신을 모색하게 되고, 11집(92) ‘Welcome to Wherever you are’를 통해 90년대 팝계를 향한 승부수를 던지게 된다.

‘innovative’, 많은 비평가들이 이 앨범을 상징하는 낱말로 꼽는 단어이다. 비평가들과 열성팬들은 인도풍의 raga와 얼터너티브 사운드를 그들의 고유 스타일에 융합시킨 이 앨범에 격찬을 보냈고, 그들의 최고 걸작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일반 팬들의 반응은 비평가들을 따르지 않았으니, 철저하게 이 앨범을 외면해 버렸던 것이다.

전문 음악용어에는 문외한인지라, 이 앨범의 트랙들을 하나하나 소개할 자신은 없다. 단지 하고 싶은 말은 raga와 절묘하게 혼합된 첫 트랙 Questions부터 가장 ‘INXSary(INXS적인)’하달 수 있는 트랙인 Strange Desire까지 12곡 하나 하나가 너무도 독특한 개성을 내뿜고 있다는 것이다. 90년대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뉴웨이브 팝과 얼터너티브 록들의 집합이라고나 할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이 있듯이, 유행속의 인기만큼 덧없는 것도 드물 것이다. 격변하는 유행의 흐름 속에 수많은 뮤지션들은 각양각색의 길을 모색한다. 변화에 따르기를 포기한 채 자신의 스타일을 묵묵히 고수하다가 팬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기도 하지만 대개는 유행을 어설프게 좇아가다가 파도에 휩쓸려 사라지기 마련이다.

혁신적인 변화가 외면받자 당황한 INXS는 옛날 사운드를 답습한 12집 ‘full moon, dirty hearts’를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하게 되고 이후 갖은 파행을 겪으며 좌초위기에 처하게 된다. 데뷔 20주년인 97년을 기점으로 다시 한 번 재도약의 발판을 준비하려 한 INXS는 ‘Elegantly Wasted’라는 이름 하에 앨범 발표와 전세계 투어를 시행하지만, 이 시도는 97년 11월, 그룹의 카리스마 그 자체였던 리더 마이클 허친스가 의문스러운 자살을 하며 모조리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만다.

마이클 허친스는 95년, 선배가수인 밥 겔도프의 부인인 폴라 예이츠와 사랑에 빠졌었고 그 결과 밥 겔도프의 가정을 수렁속에 빠뜨렸었다. 삼각관계 속에서 번민하던 마이클이 결국 마약으로 범벅이 되고 가죽벨트로 스스로 목을 맨 채 자살을 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평생을 감각적으로 살아왔던 그다운 죽음을 두고 어떤 매체에서는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밥 겔도프의 가정을 파괴한 데 대한 천벌이라는 것이다.

90년대를 그토록 큰 기대속에 맞이한 한 그룹이 '혁신'을 외면당한 이후, 실의속에 이런 식의 종말을 맞이한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외면의 계기가 그들의 최고걸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앨범이란 사실과 그들이 대중매체에서 사라진 이후, 호주 그룹 Savage garden이 그들의 옛날 사운드를 다시 들고 나와 인기를 끌기 시작한 사실을 접하고 보면 더욱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내 기억에서도 어렴풋이 사라져가던 그들이 내 관심을 다시 끌게 된 것은 얼마 전에 접한 두개의 소식 때문이다. 카일리 미노그와 함께 시드니 올림픽 폐막식 무대를 장식한 것이 INXS였던 것이다. 아일랜드가 내세우는 최대의 문화상품이 U2이듯이, 한때 호주가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놓던 그들 최고의 국민 그룹에 대한 예우라고나 할까? 이 모습과 오버랩된 다른 하나의 소식은 다음과 같다. 올림픽 와중인 9월 18일, 폴라 예이츠 역시 마약에 찌든 채 자살했고, 그 임종을 지켜봐준 것은 마이클과의 네 살 박이 어린 딸 Tiger Lily뿐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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