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탐구에 대한 열정, 다시 한 번 불붙길
[독자논단] 탐구에 대한 열정, 다시 한 번 불붙길
  • 박성진 / 생명 06
  • 승인 2009.09.2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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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뜨거웠던 무더운 여름의 기세가 한 풀 꺾이고 어느덧 졸업 시즌이 다가왔다. 새삼스레 너무도 빨리 흘러가는 시간의 무정함을 탓 할 새도 없이 어느새 나도, 졸업이라는 인생의 큰 관문 하나를 통과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감상에 젖어 4년의 대학생활을 추억하노라면 오래도록 보아오던 친구들의 낯익은 얼굴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처음 만났을 때 했던 서로간의 통성명, 그리고 서로가 꿈꾸는 자신의 미래상, 앞으로 대학생활의 포부 등 그들과 내가 서로 주고받았던 말 하나하나가 나에게 있어서 그 친구들을 보다 특별하게 만들곤 했다. 거기엔 열정이 있었고 의지가 있었다. 어수룩했지만 순수했다. 나는 그런 친구들이 좋았다.
하지만 요즈음 나를 슬프게 만드는 것은 그 친구들에게 더 이상 그 시절만큼의 열정과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복수전공을 하고 두 학문 간의 융합을 통해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겠다는 친구도, 생물학이 너무 재밌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앞으로 백신 연구를 하고 싶다는 친구도 이미 의학전문대학원 시험을 응시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주위의 많은 친구들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미래에 대한 회의를 느끼며 의학겺÷피?전문대학원 시험에, 변리사 자격증과 같은 공무원 시험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나는 이 친구들에게 한 번씩 진지하게 묻는다. 정말 그 직업에 매력을 느껴서 선택한 것이냐고. 그러면 그들 중 몇몇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나는 그 고요한 침묵 속에 담긴 의미를 잘 알고 있다. 탐구에 대한 그들이 가진 부정적인 시각이 결국 그들을 어쩔 수 없이 다른 방향으로 이끈 것이었다. 그들은 이미 자기 나름의 보호막을 만들고, 돈과 세속적인 명예를 저울질하면서 더 이상 탐구할 의지를 잃어버렸다. 사물의 탐구를 추구하지 않고 사물을 추구하기 시작한 지 오래였다.
물론 이 글을 이공계 기피 현상과 연결 지어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들이 이렇게 결심하게 된 것에 대한 사회적인 원인이 어쩌고저쩌고 분석할 생각은 전혀 없다. 의사가 된다는 것, 혹은 변호사ㆍ변리사가 된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들이 입학했을 때 가졌던 순수했던 과학에 대한 열정이 없어지거나 변질된 채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비단 이들뿐만 아니라 한창 공부에 매진해야 할 학생들 중 상당수가 탐구 자체보다 미래에, 돈에, 명예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을 보면 괜히 우울하고 슬퍼진다.
내가 감명 받은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가 하는 무수히 많은 고민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 욕심은 너무도 힘이 세서 누구나 정복당한다. 그러나 이 욕심을 이길 수 있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진리를 추구하는 마음이다.” 로마시대 때 아우구스투스가 남긴 말이다. 물론 개인마다 여기는 진리는 다르겠지만…. 세속적 욕구를 쫓아가는 것보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리고 과학자 혹은 공학자로서 탐구에 대한 열정을 보이는 것이 더 진리를 추구하는 마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