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래 글로벌 지도자에 대한 소고
[사설] 미래 글로벌 지도자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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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2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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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최초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은 개교이래로 많은 과학인재를 배출하고, 학문적 연구 성과를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비전 2020’ 선포를 통해 2020년 세계 Top 20의 세계 일류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대대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편하고, 기숙사 시설 확충 및 많은 제도의 개편을 통해 전 대학 구성원들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비전 2020의 핵심은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창의적인 과학인재를 양성하고, 학문적ㆍ산업적으로 유용한 연구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
대학의 명성은 과거나 현재에도 그래왔지만 미래에는 더욱 더 단기적인 가치 창출이 아닌, 얼마나 우리사회에 영향력 주는 지도자를 배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기서 우리는 미래사회를 이끌 지도자의 덕목에 대한 많은 고찰이 필요하다. 대개의 학생들에게 미래의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훌륭한 과학자 또는 지도자가 되어 우리사회 나아가 전 세계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대답 대신 유능한 과학자가 되어 자기 분야를 주도하고 싶다는 답만 들을 뿐이다. 대학은 모름지기 사회적 도구가 아닌 지도자를 양성해야 하며, 우리 포스텍도 유능한 과학기술자가 아닌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창의적인 과학인재 양성을 통해 훌륭한 미래 글로벌 지도자를 키워 내야 한다.
미래 글로벌 지도자는 최소한 유능함과 더불어 확고한 자기철학 및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특히 자기철학은 매우 중요한 덕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의 대학 교육은 사물의 이치를 밝히고 양적인 지식을 전파하는 교육에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성을 강조한 철학에 관한 교육에는 등한시해온 면이 적지 않다. 철학은 단지 형이상학적이고 현학적인 문제도 아니며, 타인에 의존해 터득하는 문제도 아닌 자기 성찰을 통한 현실 세계에 대한 이해이며, 자기반성에서 시작하는 인간 본연의 도리인 것이다.
따라서 자기철학의 문제는 단지 남에게 배우는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며, 대학 사회는 학생 개개인이 능력을 배양하고 자기철학을 갖출 수 있는 학풍을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미래 글로벌 지도자는 외부에서 배우는 것 못지않게 스스로 깨닫고 배우고 익히는 것이 중요하며,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거인은 세상도 사회도 그리고 스승도 대학도 아닌 미래 글로벌 지도자 스스로 만든 실체임을 명심해야 하며, 델포이 신전의 담벽에 쓰여 있었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의 참뜻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