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대외협력 담당 ‘총장 특별보좌관’ 서의호 교수
인터뷰 : 대외협력 담당 ‘총장 특별보좌관’ 서의호 교수
  • 이규철 기자
  • 승인 2009.05.0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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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인지도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영어강의’ 절실

대학랭킹은 입시에 중대한 영향 미쳐
발전기금조성
· 대학발전위원회 업무도

최근 대외협력 담당 ‘총장 특별보좌관’이라는 직책이 새로 만들어졌다. 담당자는 산업경영공학과 서의호 교수이다. 그간 우리대학의 국제화에 남달리 관심이 많았던 서 교수는 세계 대학 랭킹 이야기를 시작으로 특별보좌관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QS라는 대학컨설팅 회사와 영국의 신문사 <The TIMES>가 협력하여 2004년부터 매년 세계 대학 랭킹을 매깁니다. 서울대가 100위에서 시작해 50위까지, KAIST가 200위에서 시작해 95위까지 꾸준히 상승한 반면, 우리대학은 160위에서 시작해서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작년 188위에 랭크되었습니다.” 서 교수는 기자에게 지난해 평가결과를 수록한 자료집을 보여주었다.
“QS와 계약한 조선일보가 이 세계 랭킹에서 아시아 국가들만 추려낸 아시아 랭킹을 5월 중순 발표합니다. 아시아 랭킹은 서울대가 8위, KAIST가 14위인 반면 우리대학은 35위입니다. 보통 30위까지만 발표하기 때문에 우리대학은 여기에 소개되지도 못합니다.”
“동아시아 국가의 17개 연구중심대학들로 구성된 동아시아연구중심대학협의회(AEARU)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대학과 서울대 · KAIST 세 학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17개 대학 중에서 우리의 순위는 15위입니다. 우리보다 못한 대학이 두 군데밖에 없다는 뜻이죠.”
“그냥 이 랭킹이란 걸 무시하고 살 수도 있습니다. 너희는 랭킹 발표해라, 우리는 우리의 갈 길을 가겠다고 말이죠. 하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이 랭킹이 발표되면 사람들은 그럴 겁니다. 포스텍 망했다고. 주변의 똑똑한 친구들 포스텍 가지 말라고 할 겁니다. 순위 높은 서울대나 KAIST 가지 왜 포스텍 가느냐고 말이죠. 우리가 랭킹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중앙일보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내 대학랭킹에서는 우리대학이 항상 1위 아니면 2위를 차지한다. 이 랭킹 조사에서는 대학의 연구 수준, 논문 피인용 횟수 등을 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삼기 때문이다. 반면 QS-TIMES의 조사에서는 동료학자 평가(peer review)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서울대가 97점인 데 비해 우리대학은 이 점수가 37점에 불과했다.
서 교수는 “우리의 ‘peer review’ 점수가 낮은 이유는 바로 국제적인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60년 역사를 지닌 서울대는 졸업생들이 엄청난 인맥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에 우리보다 국제적 인지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대학과 역사와 학생 수가 비슷한데도 인지도가 99점으로 세계 랭킹 37위인 대학이 있다. 바로 홍콩과기대이다. 외형적인 조건들이 거의 똑같은데 랭킹에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국제화입니다. 이 학교는 100% 영어강의가 이루어지고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도 많습니다. 철저히 국제화가 된 대학이죠. KAIST가 세계 랭킹에서 상종가를 치는 주된 이유도 서남표 총장의 100% 영어강의 선언 때문입니다. 우리처럼 역사가 짧고 작은 대학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제화입니다.”
서 교수는 대외협력 특별보좌관의 임무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대외협력 특별보좌관에게 주어진 중요한 미션 중 하나가 바로 우리대학의 대외적인 위상을 상승시키는 것입니다. 국제협력팀 등과 함께 항상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접촉하려 노력하고, 해외 세미나를 다니면서 명함도 돌리고, QS의 컨설팅도 받으면서 다양한 접촉을 통해 인지도를 올리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의 국제화, 특히 영어강의가 필수적입니다. 외국대학에 우리대학의 장점을 홍보하고 인지도를 높이려고 애를 써도 그들이 ‘우리가 너희 학교 가서 어떤 강의를 들을 수 있는가?’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서 교수는 우리대학에서 20년 동안 영어로 강의를 해왔다. 자신이 여러 번 영어강의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여전히 많은 교수와 학생들이 영어강의에 반대한다고 한다. 서 교수는 그들을 향해서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영어강의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꽤 있습니다. 영어강의를 하면 학생들의 전공지식 습득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하죠. 하지만 많은 경우 본질은 본인들이 영어로 말하는 데에 불편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어떤 외국인 학생이 저한테 와서 울먹이면서 말합니다. 수업을 들어갔더니 교수가 너 때문에 영어강의 하기 싫다고 나가라고 그랬다고. 이게 어떻게 국제적인 위상을 가진 대학입니까? 심지어 어떤 교수는 영어강의는 위헌이라는 말까지 합니다. 이래가지고는 역사는 짧고 학생 수가 적은 우리대학의 국제적 위상 향상은 요원한 것입니다.”


대외협력 특별보좌관의 또 다른 업무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또 다른 업무로 대내협력 부분이 있습니다. 대내협력의 주된 업무는 기금조성 및 확보에 있습니다. 현재 여러 곳에서 산발적으로 기금들이 들어오고는 있지만 금액이 연·고대 등에 비해 턱없이 작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포스코에서 기탁한 기금 2조원이 있어서 전체 기금 액수에서는 우리대학이 전국 1위입니다. 앞으로는 좀 더 체계적인 기금조성을 위해 대학차원에서 기금자문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대학발전위원회의 업무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대외협력 부분의 일이 많아서 국내 쪽은 신경을 많이 못 쓰는 실정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을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역시나 대학의 국제화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영어강의를 늘리는 것만이 국제화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것만이 국제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영어가 국제화의 가장 중요한 툴이라는 것인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영어강의가 이뤄져야 외국에 우리의 이름이 알려지고,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이 방문하여 교류가 이루어지는 등, 진정한 의미의 대학의 국제화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학내 구성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영어강의의 필요성을 공감해야 합니다.”

이규철 기자 lkc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