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 조규하 기자
  • 승인 2009.05.0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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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방사광가속기 준공 10주년에 즈음하여 본지 제215호(2004년 12월 8일 발행)에 실린 특집기사에서, 2009년인 올해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완공될 예정이라고 소개한바 있다. 원래 계획대로 2005년에 공사를 시작했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번호에는 전 세계적으로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에 대해 알아보았다. <편집자 주>

 

 

제 4세대 방사광 가속기의 원리

새로운 학문분야 개척하는 꿈의 장치
3세대에 비해 수십억배 밝은 빛 발생

최근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X선 자유전자 레이저(X-ray Free Electron Laser, 이하 XFEL)를 일컫는다. 4세대 가속기는 3세대 가속기에 비해 수십억 배나 강력한 방사광인 Hard X-ray를 발생시킴으로써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었고 분석하지 못했던 수많은 현상들을 보여주며,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해나갈 꿈의 장치라고 불리는 4세대 가속기는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알아보자.
제3세대 방사광 가속기와 XFEL의 가장 큰 차이점은 ‘레이저’에 있다. 3세대 가속기의 경우 저장 링에서 전자가 휨전자석과 언듈레이터(Undulator)·위글러(Wiggler)를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방사광을 이용하는데, 하나의 빔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빛의 세기에 한계가 있으며, 단일파장의 자외선이나 X선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지닌 빛이 발생한다. 물론 이 경우 발생하는 자외선이나 X-ray도 태양 빛의 10억 배 이상 밝은 빛이 발생되기 때문에 수많은 학문적 성과를 얻는 데 기여해왔다. 그러나 4세대 가속기의 경우 모든 장비가 직선형으로 구성되며, 하나의 전자뭉치가 진행함에 따라 자발적 방출에 의한 자기 증폭(self-amplification of spontaneous emission, 이하 SASE) 현상을 통해서 레이저 광원을 발생하게 된다.
강한 방사광을 발생시키는 장치인 언듈레이터는 두 줄의 자석이 극을 달리해 지그재그로 배치되어 있는 형태로 제작된다<그림 참고>. 3세대 가속기부터 언듈레이터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4세대 가속기는 이 언듈레이터에 의해 SASE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SASE는 2002년 5월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현상으로, 전자와 광자가 상호작용하면서 결이 맞는 방사광을 자기증폭적으로 방출함으로써 레이저의 형태로 빛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언듈레이터로 입사한 전자는 자석으로부터 발생한 자기장에 의해 파동의 형태로 흔들리게 되고, 이 파동에 맞추어서 광자가 발생(Spontaneous Emission)하게 된다. 이 광자는 파동과 결이 맞는, 즉 완전히 일치하는 형태로 발생하며, 전자를 추가적으로 자극하여 결이 맞는 광자를 방출하는 것을 돕게 된다. 이를 통해 방사광이 레이저의 형태로 증폭(Self Amplification)되는 것이 4세대 가속기에 적용되는 SASE 현상이다. 전자뭉치 하나가 언듈레이터를 지나는 것을 펄스(Pulse)라고 부르며, 현재 하나의 펄스마다 1조 개의 광자를 발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XFEL은 크게 전자 발생장치, 선형가속기, 언듈레이터, 검출기로 구성된다. 기존의 전자 발생장치는 전극을 가열시키는 방식을 사용한 반면, 4세대 가속기는 레이저를 사용해서 전자 표면으로부터 전자를 방출시키는 광전효과를 사용한다. 여기서 발생한 전자빔은 1차 가속기를 지나면서 가속되고, 전자빔 압축기(Bunch Compressor)에 의해 200분의 1정도의 굵기로 압축된다. 이후 전자빔은 2차 가속기를 지나면서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되고, 언듈레이터로 진행하여 SASE현상을 통해 방사광을 방출하게 된다. 방사광을 방출한 전자빔은 휨전자석(Bending Magnet)에 의해 휘어진 후 처리장치에서 안전하게 처리되어 시료가 손상되는 것을 막는다.
이렇게 발생한 4세대 방사광은 시료를 통과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받게 되고, 특수한 패턴을 보이면서 산란되는 X선의 정보가 검출기에 의해 모이게 된다. 이를 분석하면 원하는 시료의 구조를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조규하 기자 jgh0812@

외국의 제4세대 가속시 개발 현황

미국 : 기존 가속기 활용, 효율적인 구축 추진
유럽 : 초거대 규모로 추진…검출기 보완 필요
일본 : 짧은 길이와 간단한 구조로 비용 절감

현재 4세대 가속기를 개발 중인 곳은 크게 미국·유럽·일본이 있다. 이들이 개발 중인 가속기는 전자를 발생시키는 방식에 따라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금속 표면에 레이저를 쏘아서 전자를 방출시키는 방식을 선택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전극을 가열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레이저를 사용하여 광전효과로 전자를 발생시키는 방식은 전자빔을 안정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금속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일함수와 레이저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파장을 이용하여 방출되는 전자의 에너지를 조절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에너지의 전자빔이 방출되므로 언듈레이터가 진공관 밖에 위치해도 충분한 에너지의 방사광 레이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할 경우 4세대 가속기의 전체 길이가 전반적으로 길어지게 되고, 따라서 비용이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의 경우 스탠퍼드대에서 운영 중인 SLAC(Stanford Linear Accelerator Center)에서 기존에 운영 중인 선형가속기를 1km 증축하는 방식으로 4세대 가속기 LCLS(Linac Coherent Light Source)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LCLS를 설립하는 데에 소요되는 예산이 약 3억 8,000천만 달러 가량이며, 기존 가속기를 활용함으로써 3억 달러 가량의 절약을 얻었다고 평가받는다.
유럽의 경우 3개의 Hard X-ray Beam Line과 2개의 Soft X-ray Beam Line이 활용 가능한 1.6km의 초전도 가속기를 설치할 계획으로, 약 11억 달러의 예산이 드는 거대한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이처럼 규모가 커지게 된 이유는 TESLA 입자물리 계획과 함께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TESLA 계획이 취소되면서 XFEL의 구축 규모가 커지게 되었다. 전체 예산 중 60%를 독일이, 나머지 40%를 다른 유럽 국가들과 러시아·중국이 마련했다.
상당한 예산이 드는 만큼 유럽의 XFEL은 다른 두 나라에 비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쏟아낼 수 있게 된다. 미국의 경우 초당 120번 정도, 일본의 경우 초당 60번 정도의 펄스(하나의 전자뭉치가 4세대 가속기를 통과하는 것)를 가지는 반면, 유럽은 초당 3만 번의 펄스를 가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이처럼 엄청난 양의 신호를 모두 받아들이고 분석할 수 있을 만큼 검출기의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은 검출장치의 발전이 이루어지면 다른 두 나라에서는 얻을 수 없는 상당한 학문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일본의 경우 전자 방생장치에서 레이저를 사용하는 대신 기존의 가속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전극을 가열함으로써 전자를 발생시키는 방법을 응용하는 방법을 연구 중에 있다. 이 경우 전자의 발생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으며, 발생한 전자가 전자선(beam)의 형태가 아닌 구름(cloud)의 형태를 가지므로 이를 보정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발생한 전자는 레이저를 사용하는 방식에 비해 낮은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단점이 있다. 낮은 에너지의 전자빔으로 짧은 파장의 방사광을 얻기 위하여 언듈레이터의 자석을 진공관 안에 삽입함으로써 자석간의 간격을 줄이는 해결책을 연구 중에 있다. 그러나 자석간의 간격이 좁아질 경우에 언듈레이터의 제어가 매우 정밀해져야 하며, 따라서 이 방식이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식은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자 발생장치가 기존의 장비와 동일한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레이저를 사용하기 않으므로 장치가 간단해질 수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언듈레이터에 삽입된 자석들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가속기의 길이를 짧게 설계할 수 있다. 이는 4세대 가속기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비용의 절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짧은 길이와 간단한 구조로 인해 일본에서 SCSS(Spring-8 Compact SASE Source)를 구축하는 데에 약 3억 2,000만 달러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정연수 기자 yeonsu00@

 국내의 제4세대 가속시 개발 현황

 대학·지역사회 힘모아 필요성 강조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 

우리대학의 포항방사광가속기는 1994년 12월 준공되었으며, 이듬해 9월부터 방사광을 이용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는 세계에서 5번째로 구축된 것으로, 지난 15년 동안 국내외 수많은 연구팀이 가속기를 사용하여 우수한 연구결과를 얻어왔다. 그리고 현재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하고자 대학과 지역사회가 노력 중에 있다. 포항가속기연구소가 주최하고 포항시·경상북도가 후원한 토론회가 4월 16일 서울, 23일 대전에서 열렸으며, 오는 7월 6일 서울, 10월 22일 광주에서 추가로 열릴 계획이다.
2004년 7월 우리대학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포항가속기연구소 백성기 소장(현 총장)으로부터 4세대 가속기와 관련하여 예산을 지원해달라는 건의를 받은 뒤 긍정적인 검토를 약속한 바 있다. 2005년 11월 공청회에서 세계적인 연구경쟁력 확보와 건설의 시급성 등을 고려할 때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조속한 건설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은바 있지만, 2007년 8월 가속기 건설에 대한 정부의 타탕성 조사 결과 현행 스펙 0.3nm에서 0.1nm 이하로 하는 새로운 사업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의견이 도출된 상태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완공소식이 들려야 할 4세대 가속기가 아직까지 계획단계에 머무르게 된 원인에는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이 ST(Space Technology)에 치우쳐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우주인을 배출했으며, 이는 국내에서 굉장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미 40년 전에 최초 달 착륙이 성공한 시점에서 한명의 우주인을 배출해낸 것이 큰 의미가 있는가는 생각해볼 문제다. 물론 지속적으로 우주인을 배출하고, 나아가 우주선을 제작하는 과정의 초석으로서 상징성을 갖는다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상업적인 유인우주비행선 이용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발달한 지금, 투자되는 비용에 비해 얻는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분명 4세대 가속기를 구축하는 사업에 투자되는 비용은 상당하다. 미국이 약 4억 달러, 유럽이 11억 달러, 그리고 일본이 3억 달러의 비용을 투자했다. 현재의 3세대 가속기를 설립하는 데에도 1,500억 원이 소요된 만큼, 우리나라 역시 기존 장비를 활용하건 새로운 가속기를 구축하건 수천억 원의 예산이 들 수밖에 없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4세대 가속기를 구축하고자 노력하는 이유는 그 활용성에 있다.
현재 운영 중인 3세대 가속기는 21세기의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모세혈관을 관찰하고, 생체에서 추출한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등 태양보다 10억 배 이상 밝은 방사광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과학적·공학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제4세대 가속기는 3세대로는 관찰할 수 없었던 수많은 현상들을 보여줄 것이며, 그 활용도는 현재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세대 가속기를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예시로는 △살아있는 세포의 실시간 관측 비 결정 상태의 단백질 구조 및 반응과정 실시간 분석 △초거대 분자 분석 △초고속 화학반응과정 규명 등이 있다. 특히 결정상태의 단백질만을 분석할 수 있었던 3세대 가속기에 비해 결정을 만들기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한 단백질의 구조의 분석이 가능해짐으로써 수천 배의 시간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단백질이 반응하는 과정과 세포의 구조를 실시간으로 관측함으로써 생명과학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우리대학이 4세대 가속기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한 것은 세계적 수준에서 선발주자라 할만하다. 그러나 정작 이를 구축하고자 하는 세계적인 흐름에 우리는 한발 늦게 뛰어든 격이다. 당장 내년에 시작하더라도 이미 어마어마한 연구 성과가 발표된 후일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놓친다면 우리에게 돌아올 학문적 성과와 세계적 명예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벨상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4세대 가속기에 거는 세계적인 기대는 대단하다. 전 세계에서 한국의 과학이 가지는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4세대 가속기의 구축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문제이다.

조규하 기자 jgh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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