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신은 과학적으로 존재 하는 것인가?
[독자논단] 신은 과학적으로 존재 하는 것인가?
  • 이길호 / 전자 07
  • 승인 2009.05.0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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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비판하려면 어떤 영향이 긍정적이고 부정적인지 판별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고,

이는 역시 개개인의 가치관마다 천차만별일 것 ···

종교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보다는 개개인의 다양한 가치관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과학적 실증주의자들이 종교인들에게 아무리 신을 실증해보라 요구해도 그들에게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증거를 들이댈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단지 종교인 스스로를 만족할 만한 정도의 내적 논리를 다지게 될 뿐이다. 혹시나 우리가 인식하는 것 너머에 어떤 신적인 존재가 있다는 걸 보인다고 해도 그건 종교에서 말하는 신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런 신을 아무리 증명해봐야 종교인들에겐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만약 어떤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부정되지 않은 이상, 그것은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존재한다면 반드시 실증되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증명되지 않고도 존재할 수는 있는 것이다. 모든 사상체계는 전제와 공리라는 출발점이 있고, 대개의 경우 그 출발점이 바로 도착점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신을 전제하지 않고 증명해내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단지 각각의 모델이 가진 내적인 모순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과학은 신의 존재유무, 삶의 의미 등에 대해서 별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누군가가 종교인이 되는 것은 그가 신을 증명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경험과 판단을 통해 신을 믿는 데엔 ‘믿을 만하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어서이다. 혹은 개인적인 경험이나 공동체적인 차원에서 부정할 수 없는 이유들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제3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경험은 간단하게 부정해버리면 되는 문제니까 별 의미를 갖지 못하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 나름대로의 과학의 영역 너머에 있는 문제에 대해서 전제와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따라서 그런 신념에 대해서는 단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은 조롱하고 모욕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되지 못된다. 따라서 종교인들에겐 그들이 최소한 신을 믿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신에 대한 믿음의 근거가 그저 몇 가지 증명되지 않은 명제들을 고집하는 데에만  있지는 않다. 필자가 종교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개인적인 경험들과, 종교의 관점이 필자가 가진 근본적인 물음들에 대한 일관되고 총체적이며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종교가 가장 설득력이 있고 믿을 만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종교의 관점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종교인이 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증명되지 않았지만 종교인들이 신의 존재를 믿을 ‘권리’를 주장하는 것처럼 그 사람들도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믿지 않는 데 대한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을 볼 때 종교에 대한 지적인 논쟁보다는 실천적인 부분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특정 몇몇 종교들은 일부 부정적인 행태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종교는 한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 모두의 생활양식과 세계관에 영향을 끼치는 거대한 체계이기 때문에 올바른 비판을 하기 위해선 종교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따지는 작업 또한 필요하다. 또한 이런 관점에서 종교를 비판하려고 한다면 어떤 영향이 긍정적이고 부정적인지 판별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고, 이 역시 개개인의 가치관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따라서 종교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보다는 개개인의 다양한 가치관에 대한 최소한 ‘이해’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