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행동하는 양심
78오름돌-행동하는 양심
  • 정연수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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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었을 때 언론인 홍세화 씨의 프랑스 망명생활 이야기를 담은 책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에서 기자는 프랑스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힌 ‘똘레랑스’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깊은 감명과 함께 막연하게나마 프랑스 사회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되었다.

책을 통해 알게 되었던 것이 감명에만 머물렀다고 한다면, 기자가 이번 여름방학 기간에 독일에서 지내면서 체험했던 것은 일종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독일에 있는 친지 댁에 머물며 독일인과 영어로 어렵사리 대화하면서 독일 사회에 대해 많은 것을 들었고, 실제로 그들의 삶을 관찰해보면서 선진사회의 모습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자연스레 현재 내가 속한 사회와의 비교로 이어지게 되었는데, 모든 것을 단순히 대비하자면 답답한 현실이었다.

근 2년간 우리나라에서 자유와 인권을 억누르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나는 것에 많은 국민들이 참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으며, 한국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가운데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본다. 최근 20대에 가해지는 비판을 알고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개인주의화된 20대가 사회문제에 대해선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스스로 할 말은 없지만, 무관심하다기보다 방법을 잘 모를 뿐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그래서 기자와 같은 사람을 위해서인지 故 김대중 前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식에서 ‘행동하는 양심’을 거듭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이기는 길은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하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또 집회에 나가고 하면 힘이 커집니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됩니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습니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어떤 형태든 자기 위치에서 행동해서 악에 저항하면 이깁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책을 통한 간접체험이든 여행을 통한 짧으나마 직접적인 체험이든 일련의 문화적 충격을 통해서 나에게 알게 모르게 각인된 것은 사회정의가 살아있고 사람이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사회의 모습이었다.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지만 그네들도 하루아침에 이룩할 수 없었으리라.

자신부터 행동하는 양심이 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행동하는 양심이 될 수 있도록 독려하면 어느 순간 많은 사람이 염원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행동하는 양심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기자도 역시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