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
사설-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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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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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도 어느새 지나가고 캠퍼스에는 다시 학생들의 활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9월을 맞아, 포스텍 구성원들도 새로운 마음으로 새 학기를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작의 순간에는 항상 초심(初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목표에 대한 도전을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은 항상 뜨거운 정열과 열의, 그리고 의지로 가득 차 있지만 그와 같은 초심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오랫 동안의 시간을 요하는 장기적인 일에 몰두하는 경우 시간이 감에 따라 당장의 문제 해결에 얽매여 당초의 목표와 마음가짐이 변해가는 경우는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니만큼 새 학기를 시작하는 지금 시점에서 본래의 초심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 보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기본(基本)을 확실히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원대한 목표를 갖고 도전을 시작할 때에는 기초부터 한 발 한 발 기본을 다지며 나아가기 위한 계획을 충실히 세우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기본의 중요성을 너무도 쉽게 잊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기본이 확실하게 갖추어진 상태에서야 비로소 최고의 수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논어의 한 구절인 ‘군자무본(君子務本) 본립이도생(本立而道生)’에서도 군자는 기본을 닦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기본이 세워져야 도가 나오는 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고에 오른 많은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그 공통점은 결국 충실한 기본이 바탕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결국 실패 또는 절반의 성공으로 그치는 경우는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기회에 한 번쯤 포스텍 설립 당시의 초심인 건학 이념에 대해 되새겨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포스텍은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모험과 도전정신으로 설립되어, 사명감으로 연구와 교육에 매진한 교수들과 학생·직원 등 전 구성원의 노력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올라섰으며, 자타가 공인하는 성과를 도출하여 왔다. 초창기의 소명 의식과 의욕이 없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포스텍의 모습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설립 당시와 비교해 현재의 포스텍은 보다 발전된 위치에 걸맞은 새로운 목표를 지향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로 변화된 상황과 여건에 놓여 있지만,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점은 설립 초창기의 열정과 정신을 더욱 발전적인 모습으로 현재에 되살릴 때에 포스텍이 더욱 발전하여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심정으로 말하자면, 포스테키안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기본에 충실할 때 포스텍이 목표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교수나 학생의 연구, 교육, 그리고 학업과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길게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학의 운영에 있어서도, 대학의 기본 기능과 역할은 과연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의식해야 한다. 연구비나 재정의 확충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고, 제도를 개선하며 대학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대학은 학문 발전과 교류 및 인재 양성이 근본인 만큼 행여라도 본말이 전도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 행정에 있어서는 혹시나 연구와 교육의 지원이라는 본래 목적을 잊은 채 여러 가지 형식적 규정에 얽매이고 과거의 관례에 의존하여 관성적으로 행정을 위한 행정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초심 두 글자를 다시 한 번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을 지키는 것은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포스테키안들이 스스로의 초심을 다시 상기하며,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잊기 쉬운 기본을 한 번 더 되새김으로써 항상 발전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계기를 새 학기 시작에서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