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평론] CLOVER Ilustrated By Clamp
[나도 평론] CLOVER Ilustrated By Clamp
  • 임성훈 / 화학 2
  • 승인 2001.04.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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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빔과 가득함, 묘사와 생략 사이의 탁월한 균형

“ 행복해 졌니…?”
“…응”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얼마 전 모 회사의 광고에서도 비슷한 카피라이트를 썼었죠. 매우 뻔한 질문이지만, 조금만 진지하게 생각하면 대답하기 아주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은 뭐 일상 속의 작은 행복 따위로 말이 흘러가게 되어 버리지요. 이 작품에서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행복입니다.

If you find four-leaf clover.
It will bring happiness.

주인공이 마법을 쓸 수 있는 힘이 있고, 그것을 노리는 사람들에 의한 추격이나 전투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행복…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얻어지는 행복을 이 만화에선 이야기 합니다.
happy just to be with you,
happy just to see you smile

긴 고독 보다는 한 순간의 행복을 택한 소녀,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과 노래로 인생의 행복을 찾은 여 가수, 역시 수명이 짧아짐을 감수하고라도 자신의 반신과 함께 고립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구하는 소년. 모두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행복을 추구하고 그것을 얻어냅니다. 그 대가가 무엇이건.

일부러 감동을 자아내려는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쩌면 매우 탐미적이고 심하게 자기 파괴적일지도 모르는 행복추구입니다. 한 순간 피고 사라지는 꽃 같은 그런 행복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그것은 아름다운 그림과 환상적인 연출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이 만화를 그린 작가는 clamp입니다. 뾰족한 턱과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눈. 그리고 화면 전체에 도배되어 있는 톤들. 대부분의 clamp 작품의 특징입니다만, 이 작품에서 만큼은 그 정신없는 가득 메움이 보이지 않습니다. 여백. 아주 많은 여백들. 그림들 사이에 여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백들 사이에 그림들은 배치되어 있습니다. 여백 때문에 정적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놀랄 만큼 동적입니다. 섬세하게 묘사된 그림들은 마치 영화의 연출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동적으로 공간들 사이에 배치되어 있고, 그 빈자리는 가득 메움 이상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대사들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감정과잉의 대사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짤막하고, 약간은 건조한 냄새까지 느껴지는 대사입니다만, 그러나 페이지를 가득 메운 달변 이상입니다. 감정이 드러난 문장은 아니지만 주인공들의 감정은 너무도 잘 전해집니다.

거기에 전편을 흐르고 있는 오루하의 노래가사는 이 만화에서 등장인물 들의 마음을 직간 접으로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다만 한글로 번역하지 않고 영어인채로 두었더라면 더욱 멋있었을 거라고 생각되긴 합니다.

사실 전 Clamp란 작가 집단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림은 예쁘지만 내용은 비어 있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좀 무성의 하다고나 할까요? 저두, “아름다우니까 좋아”의 탐미적인 성향의 작품들을 좋아하지만, clamp식의 스토리나 그림은, 특히 숨막힐 것 같은 톤의 도배는 전혀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 clover라는 작품하나로 clamp에 대한 제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clover와 같은 작품은, 텅빔과 가득참, 정과 동, 묘사와 생략 사이의 그 탁월한 균형은, 정말 능력이 있지 않으면 이루어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clover는 clamp의 작품 중에서 가장 실험적이면서도 또한 가장 ‘Clamp적’인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그냥 단행본 두 권으로 완결하였더라면 좀더 완성되어 보였을 것이라는 것과 -현재 단행권이 4권 나와 있습니다.- 이후로 clover에 버금가는 작품이 없다는 것이라고 할까요.

마지막으로 수와 오루하, 두 등장 인물사이의 전화 통화내용을 덧붙이겠습니다. 이 글의 시작에 있는 대사와 함께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중의 하나입니다.

“결말을 알고 있는 행복은 행복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결말을 알고 있어도 나는 행복해지고 싶어”
<지금 행복하지 못해?>
“행복이란게 어떤 기분을 말하는지 모르는 걸 그러니까 끝난다는 걸 안다 해도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행복해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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