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 저런 얘기] ‘군대 시절 행군하듯 순찰 돈답니다’
[이런 사람 저런 얘기] ‘군대 시절 행군하듯 순찰 돈답니다’
  • 신동민 기자
  • 승인 2001.04.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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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수업을 위해 기숙사와 강의실을 오가며 지나다니게 되는 학생회관. 여기에는 여러 학생 자치단체 사무실과 동아리방 등이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각 층의 홀은 동아리 및 여러 모임의 단골 이른바 학생들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작년부터 야간 관리를 맡고 있는 김병수 씨를 만나 학생들의 학교 생활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았다.

“편한 일은 아니죠. 사람이 밤에 일하고 낮에 자면 몸이 축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잖아요. 야식으로 컵라면 하나 먹고 하긴 벅찬 면이 있죠.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얌전하고 착해서 한결 수월해요” 군대에서 최전방 경계를 서면서 100km 행군도 해봤다는 김병수 씨는 이곳의 경비를 맡으면서 그때 만큼 걷는 것 같다고 한다. “제가 맡는 구역이 공학 4, 5동과 학생 회관인데 밤에 몇 번 순찰하는 게 생각보다 큰일이더군요.” 라는 말과 함께 물집 잡힌 발바닥을 보여주며 웃는 그를 보며 우리 아버지 세대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되었다.

특히 학생회관에 도난 사건이 일어난 이후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한다. 요즘 학생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작년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회관에서 술 먹고 뒷정리를 잘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놓고 가면 아침에 청소부 아주머니들이 얼마나 힘든데…” 라며 아쉬워하며 “공부도 잘해야겠지만 그런 기본적인 예절은 지켜야 사람이죠”라며 따끔한 충고도 덧붙였다.

저녁 7시 점등을 하면서 시작되는 근무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순찰을 돌고 문단속을 하면서 계속된다. “공학동 쪽을 돌다보면 밤 늦게까지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참 보기 좋죠. 가끔씩은 강의실 안에 남녀가 붙어 앉아 이야기하는 것을 볼 때도 있구요. 그럴 땐 민망해서 그냥 슬며시 지나가요.” 라며 웃음지으신다. 어린 학생들이 학생회관에서 춤추려고 올 땐 좋은 말로 구슬려 돌려보내기도 하고 학생들이 해가 뜰 때까지 술 마시면 뒷처리를 은근히 종용하기도 한다. “그래도 여기 학생들은 참 수더분한 거 같아요. 제가 좀 강하게 나무래도 자신들이 틀린 것 같으면 바로 반성하고 잘 따라주거든요.”

근무 중 학생들에게 자주 말을 거는 편인 김병수 씨는 술 먹는 학생들 옆에 끼어서 기타를 치기도 하는 낭만파이시다. “경비는 그냥 앉아서 지키기만 하는 파수꾼이 아니죠. 학생들과 이야기도 많이 해 보고 우리학교 학생들의 안면도 많이 알아야 수상한 외부인도 쉽게 보이는 거 아니겠어요?”

몸이 예전같지 않아서 주간 근무로 옮기기로 했다는 김병수 씨를 보며 우리 근처에 음지에서 일하는 학교 직원들의 존재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김병수 씨가 남긴 우스갯 소리 한 구절이 생각난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지성을 갖추었으니 이제 개성과 야성과 도덕성만 갖추면 일등 사윗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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