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의 論語이야기’ 강연 스케치-과학과 생명, 논어 그리고 포항공대생
‘도올의 論語이야기’ 강연 스케치-과학과 생명, 논어 그리고 포항공대생
  • 신동민 기자
  • 승인 2001.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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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보기 부담될 정도로 부리부리한 눈빛, 거만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만만한 표정, 지난 4월 30일 정통연 중강당에서 있은 “도올의 논어 이야기” 녹화현장에서 본 도올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도올 김용옥씨는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해서 대만과 일본에서 석사 학위, 하버드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나중에 다시 원광대에서 한의학을 공부를 하는 등 남다른 정력과 열정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그가 손 댄 분야에 대한 지식의 양만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그의 논어나 노자에 대한 강의가 방송 매체에서 소개되고 특유의 달변과 행동이 대중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며 많은 지지자가 생겨났지만 고려대학교의 한 교수에서부터 시작된 도올 비판 역시 많은 지식인의 지지를 받으며 이슈가 되어 왔다. 그렇다면 과학계 엘리트라 자부하면서도 사회나 철학에는 일반인과 별로 다를 바 없는 포항공대생들에게 도올은 어떠한 시각으로 비춰질수 있을까?

강연 주제는 ‘과학, 생명, 논어’였다. 그는 21세기는 분명 과학의 시대이며 그 주역은 과학자의 몫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들 스스로가 시대의 아웃사이더처럼 행동하며 시대의 리더로서의 책임을 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인적으로 포항공대에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는 듯 학교에 대한 덕담을 많이하면서도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포항공대의 의무를 잊지 말고 사회의 주역이 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2시간 30분의 어찌보면 지루할 수 있는 강의를 특유의 유머감각과 어조, 사람을 빨려들어가게 하는 달변은 그가 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지 실감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하지만 그가 비판을 받을 만한 빈틈도 많이 보여주었다. 원래 도올이 내세운 것은 사회의 도덕성 회복을 위한 삶의 양식의 전파였고 그 도구가 ‘논어’였다. 하지만 TV 방송이란 점을 의식해서인지 강연 내내 재미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한 모습이었고 자연히 철학적인 깊이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도올을 비판하는 지식인이 가장 우려하는 것도 이런 점이다. 잘못하면 한낱 말장난과 언어유희로 철학이란 이름아래 대중을 호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DNA 염기 서열에서부터 방사광가속기 등 과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여 그 자리에 있던 많은 공대생들을 놀라게 했다. 주역의 괘에 대한 해석과 단백질 아미노산 결합에 대한 공통점을 찾아내 설명할 때는 그 해박함과 통찰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은 분야를 섭렵하고 있는 도올이지만 철학에 대한 성찰이 그 바탕에 깔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히 잡다한 지식의 열거 밖에 되지 않음을 강조한다.

전체적으로 강연 분위기는 매우 들떠 있었다. ‘도올을 흥분시켜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담당 PD의 말에 많은 학생들의 약간은 과장된 호응도 한 몫 했던 듯 싶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이 사회에 많은 것을 뿌리고 다니는 도올. 그가 한낱 잡다한 백과사전인지 사회를 이끌 수 있는 선각자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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