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리뷰-동아리 활동의 소극적인 보도
독자리뷰-동아리 활동의 소극적인 보도
  • 윤효근 / 산경 02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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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담론의 대상으로 다뤄야

3년 동안의 긴 군휴학을 마치고 학교에 돌아와 축제에 참여했다. 축제기간 중 각 학생들이 그동안 갈고 닦아온 실력을 뽐내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러나 쇼캠·신밧드 등과 같은 학과별 행사에 비해 음악동아리들의 공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점이 못내 아쉬웠다. 특히 관객의 상당수가 해당 동아리 관계자 혹은 공연하는 학생들의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각 동아리와 학생들 간의 소통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었다.


비단 이번 축제와 연결 짓지 않더라도 교내 동아리 활동이 다소 침체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많은 학우들이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포항공대신문이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내에서의 학생활동을 공적인 담론이 이루어지는 영역과 사적 영역으로 나누어보면, 동아리 활동은 현재 개인적인 수준의 이야기들만이 오가는 상태로 후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축제 공연에서의 예를 들어보면, 어떤 동아리의 연주에 대한 비평이나 감상 등은 공적인 토론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주로 동아리 내부나 각 학생의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오가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동아리 활동을 공적 담론의 영역으로 끌어냄을 통해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문화예술 동아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작품과 연주를 ‘같은 학우의 장기자랑’이 아닌 예술작품으로 감상하고 비평해줄 수 있는 타자의 시선이다. 교내 동아리들이 외부의 목소리와 좀 더 밀접하게 대화할 수 있게 되면, 생산적인 비평과 토론의 과정을 통해 나아갈 방향을 비판적으로 가다듬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좀 더 책임감을 갖고 동아리 활동에 임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포항공대신문은 교내에서 가장 권위 있고 영향력 있는 매체로서,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선을 그어 왔다. 그런데 신문은 동아리의 전시회 및 공연을 소극적으로 보도함으로써 동아리 활동을 사적 담론의 영역에 제한시키고 있다. 신문이 동아리 활동을 공적 담론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가능하면 이에 대해 비평이나 가치판단을 제시함으로써 동아리 활동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문화비평에 필요한 인력의 수급 문제나, 같은 학우의 활동에 가치판단을 내리는 데서 오는 불편함 등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 생각된다. 그러나 전자의 문제는 임시적으로라도 외부필진의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후자의 경우에도 동아리 구성원들이 불편한 감정보다는 자신의 활동에 대한 진지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데서 오는 기쁨을 더 크게 느끼리라 생각한다. 같은 학우들의 활동에 대한 신문의 관심이 좀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