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리뷰-대학 평가와 대학의 국제화 (278호 사설)
독자리뷰-대학 평가와 대학의 국제화 (278호 사설)
  • 김종천 / 수학 03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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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본질을 제외하고…

대학의 ‘국제화’란 대체 무엇일까? ‘국제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대학 구성원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제화’를 “세계적인 대학이 되는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고, “국제적으로 학문적인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국제화’에 대한 인식의 공유조차 없는 상태에서, 278호 사설에서는 ‘국제화’를 “국내의 대다수 유수 대학들이 대학 발전을 외치며 지향해가고 있는 대의이며, 또한 우리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인 것이 분명하다”라고 단정 짓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다수 유수 대학들이 지향해가고 있다 해서 우리도 똑같이 따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며, 또 ‘국제화’가 세계적인 대학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라는 것에 대해서는 검증된 자료가 있는지 의문이다. 만약 ‘국제화’가 세계적인 대학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면, ‘국제화’ 부분에서 한국 대학들보다 더 낮게 평가 받는 일본 대학들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비슷하게, 277호 서의호 교수 인터뷰 기사와 278호 사설에서는 홍콩과기대가 세계 대학 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 ‘국제화’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본질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는 점은 외국인 교수와 학생 유치 측면에서 홍콩 대학들에게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국제화’ 때문일까?
인터넷에서 홍콩과기대를 검색해보니 “카이스트에서 한수 배운 홍콩과기대, 19년만에 ‘스승’ 추월”이라는 조선일보 기사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기사는 홍콩의 대학들이 “온갖 조건을 내걸고 세계 각지에서 좋은 교수를 초빙하느라 열심”이며 “매년 교수평가를 실시해 성과를 내지 않고는 버틸 수 없게 만든다”고 전하고 있다. 즉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우수 교수진 확보와 엄격한 교수 평가 제도를 제일 먼저 꼽고 있는 것이다. 다른 기사에서는 우수한 교수와 학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연구 환경과 파격적인 장학 정책을 소개한다. 왜 포항공대신문사는 홍콩과기대의 이런 노력들은 빼놓은 채 ‘국제화’만 얘기하는가? 신문사는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전달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화’ 기사와 함께 영어 강의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기사가 많이 보인다. 그러나 영어 강의에 반대하는 교수나 학생들의 의견은 최근 들어 전혀 보도된 바 없다. 이는 영어 강의에 대한 찬반양론이 대학 구성원들 간에 엄연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매우 불공정한 처사다. 한번이라도 반대 입장의 교수나 학생들의 의견을 실으려고 노력해봤는지 묻고 싶다. 지면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공개토론을 열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