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입학사정관제
독자논단-입학사정관제
  • 홍재형 / 전자 08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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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은 이번 2010학번 신입생부터 100% 입학사정관 제도를 통해 뽑겠다고 발표했다. 입학사정관 제도는 대학이 고교 교육과정과 대학의 학생선발 방법 등에 대한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채용하여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입학사정관은 학생의 성적과 가정환경, 잠재력 및 소질과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학생을 선발하고, 연중 입학업무를 지속적으로 전담하며, 학생들의 개별적인 특성을 평가하기 위해 직접 고등학교에 찾아가 우수 학생들을 알아보기도 한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히 학교의 내신, 수능 등의 점수를 합산하여 총점 순으로 서열을 정해서 뽑는 것이 아니라 다소 주관적이더라도 다양한 평가방법을 통하여 그 학생의 잠재적 특성까지 고려한 기준을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입학사정관 제도이다.
최근 우리대학과 카이스트뿐만 아니라 전국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도가 열풍이다. 전국의 대학 중에서 우리대학만 신입생 전원을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할 예정이고, 나머지 대학은 일부 인원에 대해서만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한다. 이러한 입학사정관 제도는 교과성적만이 아닌 잠재력·소질·창의성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제도로, 이러한 제도가 잘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대학으로 미국의 U.C. 버클리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입학사정관 제도에 대해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교사들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평가기준이 너무 추상적이라서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고, 사정관들도 사람인만큼 주관적 편견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문제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대입을 위해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2009학번까지는 정시로도 우리대학에 올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 수능으로는 우리대학에 올 수가 없다. 이렇게 입시가 갑자기 바뀌게 되어, 모의고사 성적은 잘 나오지만 지금까지 받아온 내신이 좋지 못하거나, 전교생 수가 적어 좋은 내신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은 대학에 지원할 기회조차 없어지는 격이 된다.
부산의 한 교사는 “수능 점수제로 교실이 1점 더 따기 위해 살벌한데 아이들의 잠재력과 창의성을 무슨 수로 키우란 말이냐?”라고 말하며 제도가 우리나라 현실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입시 상황에서 학생들의 숨은 소질을 개발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교사의 말에 일리가 있다.
그리고 대학과 고등학교 간의 상호불신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서울의 한 교사는 “대학들이 외곽 지역 고교의 내신을 불신하는데, 비교과 영역을 아무리 충실히 평가해도 대학에서 우리를 믿어 주느냐?”면서 “대학은 고교의 평가내용을 믿고, 고교도 대학이 취지대로 사정관제를 진행할 거란 믿음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입시에 변화를 주고 좀 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대입 제도를 입학사정관 제도로 바꾸었다는 점에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를 실시하기 전에 우선 이 제도의 본질적인 목적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의 입학사정관 제도란 대학입학이 곤란한 학생, 예를 들어 성적은 좋은데 집이 가난하여 입학이 어려운 학생 등을 사정관이 발굴해내서 입학시킨 후 교육시킬 여건을 마련해 주는 제도이다. 우리대학은 처음으로 이 제도를 실시하는 만큼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살펴 좋지 못한 점은 수정하면서 동시에 본질적인 목적을 잊지 말고 심사숙고하여 시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