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포스텍과 국제화
78 오름돌-포스텍과 국제화
  • 김현민 기자
  • 승인 2009.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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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이사회에 보고된 ‘대학발전전략 실행계획’에 따르면 2010년까지 대학원 강의의 100%, 대학 강의의 50%를 영어로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비전 2020’의 5대 중점 과제 중 하나로, 국제화 지표를 개선하고 국제적인 이미지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대학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것이 ‘국제화’와 ‘영어화’를 구분하지 못하고, 국제화 지표에만 연연한 대학의 독단적인 결정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지금, 기자는 잠시 지면을 빌려 현재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리대학이 국제화 지표의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8 중앙일보 국내대학 평가’ 중 국제화 부문에서 우리대학은 10위에 머물렀다. 국제화 부문은 크게 △영어강의 비율 △외국인 교수 비율 △학위과정 외국인 비율 △해외파견 교환학생 비율 △국내 방문 교환학생 비율 등의 항목에서 각각의 점수를 합산하여 순위를 매긴 것으로, 한 대학의 국제화 정도를 비교하는 척도로 쓰인다. 우리대학은 국제화 부문의 모든 항목에서 5위 밖을 벗어나는 수모를 당하고 그 결과 종합 1위의 자리를 KAIST에 내주고 말았다. 따라서 영어강의를 확대하는 것은 WCU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외국인 교수를 확대하고 외국인 학생 선발을 적극 홍보하는 등 우리대학이 국제화 지표를 개선하는 데 쏟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학생들은 대학이 대외 평가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한다. 대외 기관이 선정한 국제화 지표가 옳은 것이라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국제화는 ‘미국화’가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대외기관이 임의적으로 국제화 지표를 선정했다고 해서 그 평가가 우리대학의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국제화’의 추상성은 임의적인 기준 선정을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기준에 수정이 가해졌으며, 그들은 점차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중앙일보를 필두로 한 대외기관의 대학 평가가 대학의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며, 사회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대학은 없다. 공신력 있는 대외 기관의 대학 평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우리는 대학이 대외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와 동시에 내실을 기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주시해야 할 것이다.
영어강의를 비난하는 학생들은 또한 ‘영어화’와 ‘국제화’가 동의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물론 사실이다. ‘국제화’를 이룩하려는 이유가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과학기술인재 양성’에 있기에 ‘영어’는 명시된 ‘국제화’의 목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어’를 제외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그에 관한 책을 정독하고 열린 마음을 갖는 것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갖출 수 있을까? ‘글로벌 리더십’에 관해서는 리더십센터, RC 교육과 연계한 많은 시도와 고민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전공과목 영어 강의는 ‘글로벌 리더십’을 갖추는 데 있어 의사소통의 문제점을 제거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우리대학은 현재 취할 수 있는 최소와 최선의 노력을 기하고 있다.
영어강의 비율은 점차 증가하여 내년에는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언제까지 대안 없는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돌아서 있는다고 해서 영어강의의 물결이 나만 비켜가지는 않는다.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여 개인의 능력을 정비해야 한다. 그러면 휘몰아치는 물결에 휩쓸려가는 대신 그 물결을 타고 자유롭게 세계라는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