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학부 기초교육 강화의 중요성
사설 - 학부 기초교육 강화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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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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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스텍은 학부 교육의 강화를 위해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단편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고 학생 선발, 교내 생활환경, 그리고 교과과정 등과 같은 학부 교육의 여러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행해지고 있어 더욱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대학 내부적으로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의 적극 도입, 12학년을 대상으로 부모와 같은 맞춤형 지도를 표방하는 Residential College 시스템, 그리고 작년부터 시작된 영어인증제와 올해부터 시작되는 수학교육강화 프로그램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교과과정과 직접 관련된 영어인증제나 수학교육강화 프로그램의 경우 학부의 기초교육 강화를 근본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언어(외국어)작문커뮤니케이션수학자연과학 등의 학부 기초교육 교과목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개발하는 가장 좋은 훈련 방법이라는 것이 고대로부터 현재에 걸쳐 입증되어 있다. 이러한 기초교육은 대학에서 학문을 배우고 연구함에 있어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을 학생들이 갖추도록 할 뿐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필수적으로 필요한 능력인 사고력과 창조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배양시켜 준다는 점에서 지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포스텍의 기초교육 강화를 위한 노력이 최근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고까지 할 수 있다.
포스텍이 지향하는 목표를 생각해 볼 때 기초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포스텍은 이미 완성된 학교가 아니라 세계 TOP 수준을 성취하기 위해 더욱 빠르게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에는 아마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목표의 달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여러 가지 지표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과연 포스텍에서 세계를 뒤바꾸는 새로운 학문을 창출하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인재가 배출되고 있는지가 가장 근본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어떠한 전공을 연구하더라도 해당 분야에서 이미 널리 알려지고 사용되는 지식만으로는 종래의 관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가 매우 어렵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혁신적인 결과를 창출하고, 또한 다른 분야의 핵심 지식을 이해하고 융합할 수 있는 청출어람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특성화된 전공교육뿐만 아니라 보다 일반적인 가치를 갖는 기초교육을 통해 충실한 바탕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기초교육과 관련된 여러 논의 중 전공 분야에 따라 기초교육 중 해당 전공에서 그다지 활용도가 높지 않은 부분은 생략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과, 그럴수록 전공교육에서 많이 접하지 못하게 될 부분을 기초교육에서 충실히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어진 해결책을 적용해 과제를 해결하는 수준의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면 전자의 주장이 더 합당하겠지만, 향후 일어날 변화를 신속히 받아들일 수 있고 더 나아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리더 역할의 인재를 교육하는 우리의 경우 후자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래의 새로운 학문과 기술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초를 충실하게 가르치는 것이 가장 좋은 훈련이자 대비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에서 상당히 우려할 만한 현상 중의 하나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당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식의 습득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것은 학생들만의 책임이 아니고 현재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세태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적지는 않지만, 그렇더라도 포스텍의 인재들에게까지 이러한 현상이 퍼져나간다면 그것은 대학과 사회 차원의 손실일 뿐 아니라, 학생 개인에게 있어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창출하기 위한 기반을 스스로 포기하는 불이익을 자초하는 것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포스텍은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과 최근의 개선책을 더욱 발전시켜 기초교육 강화를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당부하고자 한다. 단지 세계 20위권 대학이 되는 것이나 또는 노벨동산의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 아니라, 기초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최고의 인재를 모아 가르치는 포스텍이 지극히 당연하게 짊어지고 있는 의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