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건강한 대학 생활
독자논단-건강한 대학 생활
  • 이재복 / 기계 통합과정
  • 승인 2009.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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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05년에 학부에 입학했고, 올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학부 시절은 다사다난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것에 눈을 뜨고 스스로의 그릇도 넓힐 수 있었던 내 인생의 르네상스와 같은 나날들이었다. 과제가 지독히 많기로 유명한 우리대학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느라 지치기도 했지만, 고등학교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수많은 첫 대면에 정신이 팔려 매일매일 별천지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학내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문화에 심취하기도 하고,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가지며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웬일인지 신입생 부족으로 동아리들이 고사하고 있으며, 학우들의 관심은 장학금 수성 여부에 집중되어있는 것 같다. 학우들이 학업에 편중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장학금 지급 기준이 높아져가고 사회적으로 청년 실업이 이슈인 지금, 학우들이 학업에 열중하는 모습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학업에만 열중하는 것은 건강한 대학생의 모습은 아닌 듯하다. 인생의 모든 시기가 그러하겠지만 인생에서 이 때, 바로 오늘은 단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학우들은 고등학생 시절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며 아마도 입시 준비였을 공부에 정열을 쏟느라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 없이 살았을 것이다. 그것은 이미 지나간 과거이므로 그렇게 보낸 나날에 대한 가치평가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오늘만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 나은 대학교를 위해 안절부절못하던 과거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흔히 지금을 인생에서 꽃과 같은 시기라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좋은 날을 또다시 미래를 위한 번데기로 지낼 수는 없다. 훌륭한 성적으로 학업을 마치고 꿈꾸던 미래를 맞는다 해도 그것만을 목표로 두고 살아온 사람에게는 그 다음 목적지를 향한 기약 없는 노심초사만이 더해질 것이다. 고개를 돌려 오늘을 바라보고, 과연 무엇을 해야 20대로서의 오늘이 행복할까를 고민하라. 그러고도 택한 답이 학점 관리라면 그것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아마 학우들은 한 번쯤 이런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너희 학교 애들은 공부밖에 안 하지?” 필자는 그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그렇지 않음을 수고스레 설명해야 했다. 그리고 비로소 질문자가 납득하면 흐뭇해했다. 그런 질문은 명문대 학생에 대한 약간의 경외와 동시에 그들의 편협한 관심사와 외골수 기질에 대한 조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필자는 그런 질문에 애써 변명을 하면서도 그에 대한 확신이 없어 의기소침해진다. 우리들이 스스로 이공계 또는 학문적 엘리트의 고정관념을 굳혀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공부하는 기계이다. 세상은 넓고 할 일도 많은데 우리가 왜 공부만을 해야 하는가? 필자는 학우들이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요즘 우리는 극단적이며 획일화되어가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많은 사람들이 돈명예권력 등을 중히 여기며 그것을 위해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편식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전하지 못한 세태이다. 사람은 그것만으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잡식 동물이지 않나. 세상에는 아직 당신이 모르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것들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학우들이 맛볼 수 있는 것은 모두 맛보며 건강한 20대를 보내기를 바라고, 더 나아가 인생의 정수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미래를 열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