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예술대학교
포항예술대학교
  • 정연수 기자
  • 승인 2008.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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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학생회관에 들어서면 누군가의 피아노 연주가 들려온다. 때때로 바이올린이나 플롯 소리도 들을 수 있고, 가끔은 많은 악기들이 등장하는 오케스트라 연주도 들을 수 있다. 저녁 시간에는 유리로 된 출입문이 거울역할을 하게 되어 춤 연습이 활발하다. 연습뿐 아니라 실제 공연도 볼 수 있다. 학생회관 1층의 아틀라스홀과 인터넷 북카페 앞은 각종 동아리의 공연장으로도 자주 활용된다. 각종 동아리나 학과에서 준비하는 공연으로 한창인 11월의 학생회관의 모습은 ‘포항공과대학교’라기보다 ‘포항예술대학교’에 가깝다. 그러나 예술을 사랑하는 학우들의 마음이 항상 나를 감동시키지는 못한다. 사무실에서 마감에 쫓겨 기사작성에 집중하고 있을 때에는 아무리 아름다운 연주라도 신경질적으로 들리기 마련이다. 학생회관 넓은 홀을 차지하고 있는 무리들을 무덤덤한 척 지나가는 것도 민망한 기분이 든다. 지인의 공연에 마지못해 찾아가면 뛰어난 실력에 감탄한 때도 많지만, 때로는 낮은 공연 수준에 다소 실망하기도 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학우들도 변변찮은 연습공간도 없는 것이 좋을 리 없다. 학업에 열중하기도 바쁜 마당에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하기도 어려웠을 터이다. 열정만으로 공연을 준비하기에는 11월의 학생회관은 너무 춥고 황량하다. 열정만 있으면 자신의 몸동작을 보는 데 거울 대신 어둠이 뒤에 깔린 유리문이면 충분한 걸까. 거의 없다시피 한 방음시설 때문에 동아리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는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연구’중심대학 포스텍은 학생들의 이런 마음을 외면하고만 있을 것인가. 학생들의 예술 욕구를 원활하게 해소시킬 수 있는 기반이 시급하다. 현재의 학생회관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동아리방이 없는 동아리도 있고, 현재 방을 가지고 있는 동아리도 제대로 활동하기에 부적절한 경우가 많아 공연분과 동아리 부원들은 여기저기로 떠돌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재 건의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지원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총학생회에서는 아틀라스홀에 거울을 설치했고, 학생회관의 낡은 피아노를 수리했다. 리모델링하는 지곡회관에는 실내공연장이 생길 예정이다. 학생들의 취미생활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체육활동의 경우는 훨씬 좋은 조건이 제공되고 있다. 올해 초에 인조잔디가 깔린 대운동장이 완공되었고, 대학체육관과 그 부근에서는 농구배드민턴테니스 등 각종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게다가 내년에는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체계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스포츠센터가 설립된다고 하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듯이 예술 활동의 지원도 진행되고 있다. 또 한국예술종합학교와의 교류를 통해 앞으로 전문적인 예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전망이다.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점점 더 쾌적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사안들이 본질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불만은 되풀이될 것이다. 대학 내 공연문화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초라한 실태를 대학시절의 낭만으로 미화하기에는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을까? 학교가 학생들의 성숙하고 수준 높은 공연문화를 형성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