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명예제도 / 명예문화
기획취재 명예제도 / 명예문화
  • 최유림 기자
  • 승인 2008.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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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는 명예로운 약속
‘명예제도(Honor System)’란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명예를 지켜나가기 위해 만든 자율적인 규약을 의미한다. 스스로 숙제를 푸는 것과 정직하게 시험을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넓게는 기숙사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명예제도는 현재 칼텍스탠포드 등 미국 내 여러 명문대학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사관학교들과 ICU한동대 등이 실시하고 있다. 우리대학은 1998년에 처음으로 명예제도를 도입하고자 했다. 학생회칙 개정에 따라 정치문제 불개입을 약속하는 신입생 서약서가 폐지되면서 당시 총학생회(이하 총학)와 학교 측은 함께 명예문화를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후 명예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총학의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추진력 부족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특히 2002년 16대 총학에서는 ‘명예제도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두 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여는 등 많이 노력했지만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 부족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한동안 진척이 없던 명예제도가 이번 22대 총학에 의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명예홍보대사를 모집하고, ‘정직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함께하는 포스테키안의 미래는 명예롭다’라는 ‘Honor Code’를 꾸준히 홍보해 왔다. 2학기 들어서는 ‘명예제도’란 명칭을 ‘명예문화’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박형석(신소재 05) 교육국장은 “명칭을 변경한 이유는 ‘제도’라는 단어자체가 학생들에게 강제적인 느낌을 줄 수 있고, 그에 따른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명예를 지켜 나가는 것을 우리대학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각 학과에 ‘명예부’를 신설하여 학과별로 특색 있는 명예지침의 기준을 학과 구성원 스스로가 정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현 총학이 추진한 내용을 보면 단순히 홍보 측면에만 치중했던 과거 총학에 비해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중간고사 기간에 답지에 Honor Code를 적고 서명하게 한 캠페인도 학생들이 스스로 깨닫고 실천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명예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의 대부분 대학들도 그것을 처음 시작할 때는 학생들의 합의와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던 점을 생각하면 현 총학의 정책방향은 바람직하게 보인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총학의 바람대로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아직도 ‘명예문화’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알아도 그 필요성을 딱히 느끼지 못하는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학생이 적지 않다. 명예홍보대사의 활동도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고, 각 과의 ‘명예부’ 활동도 활발하지 않다. 신소재공학과 명예부장 김지현(신소재 07) 학우는 “지금까지 한 활동에는 총학 주최로 모든 과가 모여서 명예문화에 대해서 토론을 해보는 시간이 한 번 있었다. 하지만 신소재물리컴공과밖에 참여하지 않아 매우 저조한 참여율을 보였다. 명예문화의 필요성에 대해선 모두 공감하지만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우리대학에, 장학금 기준선을 지키기 위해 또는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잘못된 사회적 풍토에 편승해 자신의 명예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미래사회의 지도자가 될 사람이라면 높은 도덕성과 정직함은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는 우리대학에 명예문화는 꼭 필요하다. 이미 명예제도를 시행하고 그것을 책임감이자 문화로 생각하는 대부분의 대학들도 그것을 정착시키는 데 10년 이상이 걸렸다. 명예제도를 처음 실시한 듀크대는 100여 년이 걸렸고, 스탠포드대도 명예제도를 제정하는 데만 7년이 걸렸다. 따라서 명예문화 정착은 현 총학의 일회적인 노력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앞으로 새로운 총학에서도 꾸준히 추진해나가야 할 과제이다. 학생들 또한 명예문화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