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이길호 기자
  • 승인 200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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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아닌 위대한 과학자는 없다”
- ‘예술’이나 ‘과학’은 인문사회 분야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인데, 예술과 과학의 정의와 사회에서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예전에는 예술은 예술 그 자체를 위한 예술, 과학은 과학 그 자체를 위한 과학이었는데 이제는 예술과 과학이 사회 안에 있다는 의식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오늘의 젊은 과학도나 예술학도들이 사회에서의 역할을 자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학기술의 한 날개와 문화예술의 한 날개, 이 양 날개로 미래에 생존할 수 있는 영역을 향해 날아가야 한다. 과학기술 분야와 문화예술 분야에서 다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창조적 소수자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 과학 분야와 예술 분야에서 전문성이 깊은 두 학교가 학술교류협정을 맺게 된 계기가 있다면? 그리고 이 이야기가 나온 것은 지난 가을쯤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빠르게 진행된 이유는?
지난 겨울학기 때 포스텍 강의에서 예술과 과학의 사회적 중요성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했고, 이런 중차대한 시대적 요청을 포스텍 백성기 총장님과 100% 의견일치를 해서 양교 사이에서 빠른 협정이 이루어졌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제도로 인해 과학과 예술 분야가 서로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동떨어져있었기 때문에, 양교의 교류에 앞서서 서로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는 능력,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교류의 1단계로 한예종은 포스텍에서 ‘예술의 산책’ 교과목을, 포스텍은 한예종에 ‘과학의 산책’ 교과목을 개설함으로써 첫발을 내딛었다.

- 협정을 통해 한예종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상극지점에 있다고 생각되었던 과학과 예술이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양교 학생들이 젊은 시절부터 가지게 할 수 있는 것이 첫 번째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과학의 산책’, ‘예술의 산책’ 두 과목을 통해 양교 학생들에게 가장 이질적인 분야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양교 학생들이 새로운 해답을 발견하고 새로운 양식을 발견하는 창의성 개발에 기여할 것이다. 다만 양교가 공간적으로 너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절학기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교과를 개설해 수강하게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강조할 것은 양교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흐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예종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포스텍의 취미예술 동아리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 양교의 중점 연구교류 분야인 미디어아트(Media Art)의 전망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미디어아트는 이미 MIT·도쿄대 등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교류 분야로, 첨단예술과 첨단과학이 만나 제3의 예기치 않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양교가 연구교류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번 교류를 통해 새로운 미디어아트가 발생하고 교육적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 예술 분야에서도 세부 분야들의 전문성이 깊어질수록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게 될 것이며, 더군다나 다른 두 분야인 과학과 예술 역시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예술이라는 분야를 낯설어 할 공학도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실제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사실 과학과 예술이 서로 매우 낯설어 서로간의 이해와 대화가 부족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음에는 포스텍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예술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예종 학생들이 처음부터 과학을 받아들이는 것은 과학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예술은 아무리 방대하더라도 접하는 기회를 자주 갖고, 자주 노출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감성과 이해의 폭이 깊어지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포스텍 학생들도 예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낯설어 보였던 발레나 잘 안 들었던 클래식 음악도 자주 보고 듣다보면 기본적인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포스텍 학생들이 예술을 자주 접해 위대한 과학도들이 되면 좋겠다. 예술가가 아닌 위대한 과학자는 없다.

- 이번에 개설된 ‘과학의 산책’ 강좌를 통해 한예종 학생들이 기대하는 것은?
한예종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폭발적이라서 학교 측에서도 매우 놀라고 있다. 수강신청 2시간 만에 정원이 다 찼다. 또한 첫 번째 강의에서 학생들이 놀라운 집중도를 발휘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차고, 심지어 학생들이 복도에 앉아서도 강의를 들었다. 이런 현상은 매우 반가워할 점이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내부에서 과학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때문에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 넒은 학문적 시야로 바라볼 때 예술과 과학의 통섭은 서로에게 어떤 영향과 효과를 줄 것이라 보시는지?
20세기 후반에 와서 우리사회는 탈근대화로 인해 감정과 이성, 이성과 의지간의 경계선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해 과학과 예술과 윤리 사이의 영역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예전에는 자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세 영역이 확연하게 구분되어 있었으나, 21세기에는 영역 간 경계선이 흐려지고 있다. 경계선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은 서로 교류하고 통합의 지점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과 예술의 통섭, 만남, 교류가 궁극적으로는 우리사회에 넘치는 창의성을 가져다줄 것이고, 많은 창의적 소수자를 길러내서 이들이 미래의 행복을 약속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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