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고성능 광학 면 가공 공정 제어기술
지능형 고성능 광학 면 가공 공정 제어기술
  • 한정열 /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
  • 승인 2008.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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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 면을 보다 빨리, 보다 정밀하게 만드는 신기술
▲ 광학거울 초정밀 가공 장치
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 별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둘이 겹쳐 보인다면, 그렇게 어지러운 별들을 바라보며 시를 읊을 수 있었을까?
보통 우리 주변에 있는 물체를 볼 때와는 달리 수조 km 이상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를 정확하게 식별하기 위해 망원경에 사용되는 광학계는 비구면(구면이 아닌 곡면)이며, 표면을 나노미터(1mm의 백만분의 일)급 정밀도로 가공해야 한다.

목표로 하는 초정밀 광학 면을 가공하기 위한 광학계 가공 기술은 연삭(grinding), 래핑(lapping), 연마(polishing), 피겨링(figuring) 등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각 단계를 거치면서 광학 면 표면의 거칠기는 대략 1/10로 줄어들게 된다. 즉, 연삭 공정에서는 수 마이크로미터급으로 가공하고, 래핑 공정에서는 수백 나노미터급으로 가공하여 점차 거칠기를 줄여나가게 된다.

광학 가공 연구자들은 각 공정을 보다 자세히 이해함으로써 공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제어하려는 연구를 진행하여 왔다. 하지만 광학 소재를 초기에 가공하는 연삭 공정에서는 많은 양의 소재를 자르고, 파내고, 문지르는 등 매우 복잡한 가공 공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삭 공정을 이해하려는 모델을 물리적·경험적 모델 등 두 가지로 분류하여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첫 번째로 물리적 모델은 광학 소재와 연삭숫돌의 물리적인 수치 즉, 기하학적 크기, 물질들의 강도 등을 고려하여 두 면이 접촉할 때 확률적으로 떨어져 나갈 물질의 양 등을 컴퓨터를 사용하여 수치 모사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고려해야 할 환경 조건 등이 복잡하여 수치 모사한 결과와 실제 가공 결과치가 최소 수십 나노미터급 이상이었다.

두 번째로 경험적 모델은 연삭 가공 기계에 입력하는 변수들과 가공된 후 측정된 결과치 사이의 관계를 여러 수학적 기법을 활용하여 모델로 만드는 방법이다. 이러한 모델들 역시 고려해야 할 입력 변수 및 측정 결과치들이 많았기 때문에 뉴로 퍼지, 가우스 분포함수, 신경망 모델, 그리고 확률 예상 모델 등 복잡한 수학 모델이 사용되었으나 모델이 예측하는 정확도가 수십 나노미터급 이상이었다.

더욱이 기존에 개발되었던 연구에 의하면 연삭 공정을 이해하려는 모델이 제시하는 결과치가 연삭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보정할 수 없었던 단점이 있었다. 오차를 보정하려는 연구는 수년 전에 일반적인 가공 기계의 선형 정밀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시도가 있었으나, 그 모델을 통하여 개선된 양이 수 마이크로미터급이었고, 연삭 가공 장치에 적용한 연구도 아니었다.

한국천문연구원 국제천체물리센터, 연세대 우주광학실험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초정밀 가공팀 등이 개발한 차세대 광학 가공 공정제어 기술은 가공이 진행될수록 발생하는 목표치와 측정치<그림 1> 사이의 오차를 모델에 적용하여 그 오차를 스스로 보정하기 때문에 최종 오차가 나노미터 이하로 줄어들었고, 목표로 하는 광학 표면 거칠기에 도달하기 위한 연삭 가공기계<그림 2>에 입력하는 변수들을 제시하며, 일반 광학 가공 현장에서도 손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단순한 다변수 회귀(multi-variable regression) 수치 모델링 기법이 사용되었고, 연삭 공정에서 가공했으나 그 표면이 마치 연마한 후의 표면<그림 3>과 같은 정밀한 연삭 가공이 가능한 범위에서 개발되었다.

새롭게 개발된 진화형 연삭 공정제어 기법이란 다음 공정을 따른다. 경험적 모델의 범주에서 연삭 가공 장치에 입력되는 변수들(연삭 휠 입자의 평균 크기 : G, 연삭 장치의 가공 이송 속도 : F, 소재의 회전 선속도 : VPL,측정된 표면 거칠기 : RaM)을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고, 목표로 하는 표면 거칠기(RaTR)를 설정한다. 이전 실험에서 목표로 한 표면 거칠기(RaT(i-1))와 실제 표면 거칠기(RaM(i-1))의 차이값으로 정의되는 오차(Δ(i-1))를 본 실험에서 목표로 정한 표면 거칠기(RaT(i)=RaT(i-1)-Δ(i-1))에 적용한다.

다변수 회귀 수치모델(RaT=δGαFβVPLγ )로부터 목표 표면 거칠기를 만족시키는 연삭 변수들을 제시받는다. 제시된 연삭 변수들의 조합 중 가공 시간이 가장 짧게 소요되는 즉, 연삭 장치의 가공 이송 속도가 가장 짧은 연삭 조건을 선택하여 연삭 가공을 한다. 연삭 이후 가공된 광학 면을 ISO(국제표준기구)에서 정의한 기준 길이(본 실험의 경우 5.6mm)로 소재 표면의 서로 다른 지점을 6회 측정하며 현미경으로 표면 긁힘(scratch) 등을 조사한다. 연삭 입력 변수들 각각에 따른 표면 거칠기 특성을 1차로 파악한 후 전체적인 경향성이 일반적인 연삭 가공의 경향성과 일치하는지를 파악하여 가공이 정상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검증한다. 정상적인 결과임을 확인한 후 목표치와 가공치를 비교하여 연삭 정밀도를 구한다. 매 연삭 가공 공정마다 산출되는 연삭입력 변수들 및 측정치들은 데이터베이스에 누적되어 다른 실험에 사용된다.

한편 우주 또는 지구를 보다 정확하게 관측하기 위하여 우주 망원경 및 인공위성에 사용되는 광학 면은 점차로 거대해지고 있으며, 광학 면 하나의 크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1~2미터급 조각 거울을 수십 내지 수백개 조합하며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원천 기술은 조각 거울의 크기는 작지만, 가공해야 하는 개수가 많기 때문에 목표로 하는 광학 면을 보다 빨리, 보다 정밀하게 만들고자 하는 요구에 부합하는 신기술이며, 100밀리미터 직경의 광학 면에 적용하여 그 성능을 입증하였다.

즉, 광학 면 초기 가공 단계인 연삭 가공에서 연마한 수준에 이르는 광학 면을 나노미터 이하의 정밀도로 제어할 수 있으며, 가공 시간이 적게 소요되는 가공 변수를 제시하도록 개발되었기 때문에 가공 시간이 일반적인 가공 공정보다 50%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이미 미국·유럽·일본 등 다수의 국가가 거대 우주 망원경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에 개발된 신기술은 고성능의 광학 면을 대량으로 확보하려는 동향에 부합하여 세계 망원경 제작 기술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였다. 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참여를 통한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이번에 개발된 신기술을 확장하여 1~2미터급 광학 면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 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나아가 이미 원천 기술을 확보한 국내 연구진과 국내·외에 있는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 및 개선하고, 적극적인 연구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세계 망원경 및 인공위성 광학 면 제작 기술을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할 것으로 예측된다.

※ 표면거칠기 : ISO에서 정의한 중심선 평균 거칠기(roughness). 기준 길이 내에서 산과 골의 높이와 깊이를 기준 선을 중심으로 평균한 값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