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
[78 오름돌]
  • 이은화 기자
  • 승인 2008.04.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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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은 제18대 총선이자 법정 공휴일. 즉, 대부분의 수업이 휴강하는 날이었다. 물론 ‘워킹데이’였던 대학원은 제외하고 말이다. 화창한 봄의 꽃놀이 계획은 우중충한 날씨로 무산되었고, 그냥저냥 보낸 하루 끝에 확인한 선거결과는 놀랠 노자였다. 46%의 역대 최저 투표율이 웬 말인가. 그 중에서도 전체 유권자의 21%나 되는 20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19.2%라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다. 0.21× 0.192=0.04. 20대 민심(民心)이 국정에 반영되는 비율이다.

20대의 투표율 저조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유권자의 측면에서 본다면 젊은이들의 정치권에 대한 냉담함이 있다. 연일 터지는 부정축재 등 비리 사건으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져 기권표가 늘었음을 의미한다. 또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적 성향 자체가 자신의 진로 설계에도 바쁜 이들을 공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도록 했다는 견해도 있다.

다음으로 후보자의 측면에서 본다면, 국민전체 투표율 저하의 원인으로도 꼽히는 공천혼란이 ‘뽑을 사람’을 없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20대들의 관심사인 대학등록금과 청년실업 정책들의 차별성이나 구체적 대안들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점이다.
우리대학은 이보다 훨씬 심하다. 출구조사를 한 것도 아니니 절대적 수치라고 할 수는 없으나, 총학생회에서 대절한 버스를 이용하여 부재자투표를 하러 간 학생수가 70여명 이라는 점은 단적인 예다. 이것은 우리대학 학부생과 대학원생 중 만 19세 이상의 유권자 수를 어림잡아 3025명이라 할 때 2.3%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게 저조한 투표율을 보일 수밖에(?) 없는 우리대학만의 특수한 환경에 대해 짚어보았다. 첫째,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곳 포항지역으로 주소를 이전한 것이 아니라 타지에 지역구 선거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부재자투표 신고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둘째로는 선거관련 홍보의 부족을 들 수 있다. 학내 어느 곳에서도 그 흔한 선거홍보대사 원더걸스의 포스터를 발견할 수 없었다. 셋째로는 우리의 경우 일반적인 대학생 유권자들의 관심사와도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등록금이나 취업과 같은 20대를 위한 공약도 우리대학 학생들에겐 별다른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고질적인 학내의 낮은 정치의식 수준이다. 개인적인 관심이 없다면 신문 및 TV 등의 매체와도 자연스럽게 접하지 못하는 환경이 학생들을 점차 사회와 단절되게 만들었다.

투표권 행사는 대의민주정치를 실현하는 작지만 소중한 권리이다. 귀동냥으로 들은 것으로 멀찌감치 서서 비판만 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먼저 투표권을 행사하고 나서, 당선 후보의 공약이행 여부를 감시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투표권을 포기한다면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10년, 20년 후의 부패정치권에 대해 비판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아예 무관심한 사람들은 폴리페서나 폴리널리스트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을 수밖에 없다.

우리 포스테키안들도 마찬가지이다. 이공계 현실에 대해 앉아서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 정책에 관심을 갖고, 투표권과 같은 작은 권리 행사에서부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서운 표심(票心)’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갈 만큼의 행동 없이 어떻게 현실이 바뀌겠는가?
사실 기자도 지난 선거에 기권했다. 젊은이들을 향한 언론의 질타에 뜨끔했다. 여러 가지 핑계가 있겠지만, 과연 진지한 고민 끝에 던진 기권표인지 묻는다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우리 지역구의 후보가 누군지 알지도 못하면서 “기권도 표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입으로 할 수 있는 비판에만 앞장서고 수고가 드는 일은 회피했던 자신이 부끄럽다. 이번 칼럼은 반성문인 셈이다. 다음 선거에서는 싸늘한 시선 대신 꼭 나의 표를 던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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